침사추이

침사추이 오션센터 쪽 from 9 Queen’s Rd Center

IMF의 충격을 간신히 이겨냈던 때다. 그동안 함께 지내던 주재원들은 사직을 하고 홍콩에 사무실을 내거나, 본사나 중국으로 발령이 났다. 새로 온 지점장은 겸임한 중국 광주에서 머물거나 내지로 돌아다니던 탓에 감원과 감원을 거듭한 가운데 몇몇 남은 현채인 만 남아있는 사무실을 지켰다.

겨울이었지만 햇볕은 맑았다. 바라보이는 침사추이의 풍경은 발랄했지만, 나의 시선은 몹시 앓고 난 아이처럼 왠지 슬펐다. 더 이상 세계를 신뢰할 수 없었다. 침사추이의 풍경도, 나의 시력도 지금과 같지 않으리라는… 결국 모든 것은 무너지고 변하리라는 우울한 예감을 삼켜가며 저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이제 홍콩이 아프다. 그 거리 위로 나의 동료였던 현채인 그들도 마스크를 끼고 나갔을 것이다. 그들은 그때 내 곁을 지켜주었는데, 이제 나는 그들의 옆에 있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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