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기曰記

책방에 가서 찾던 책이 장 그르니에의 ‘섬’이 아니라 ‘지중해의 영감’임을 알았다. 엉뚱한 책에서 빛의 옴실거림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섬’을 읽고 난 후, 곧바로 ‘지중해의 영감’을 읽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두 책이 한 권 ‘섬’으로 기억의 지층 속에서 압축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섬’을 읽으면서 억지로 빛의 기억을 환기해내려 했으나, 되지 않았다. ‘지중해의 영감’을 펼치는 순간, 책에서 북위 45도의 각도로 품어져 나오는 빛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카알 젠킨스의 CD를 몇 개나 사고 난 후, 마지막으로 내가 듣고자 하는 곡을 만날 수 있었다. 중세의 성가와 아프리카 무속의 혼혈인 애니그머(발음은 자신할 수 없다)보다는 성가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반복성과 천사와 유령의 목소리가 혼합된 듯한 노래가 나의 영혼을 흡혈한다.

뉴 에이지 뮤직도 도그시나타스(Dogsinatas 1doG si nataS = Satan is God)의 부류라고 하는 데, 나도 종자가 그런지?

엠마 샤프린의 노래는 심장을 사각거리며, 슬픔과 비탄의 절정으로 몰고 가는 데 어느 날 그녀의 숨 길이가 짧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광화문 사거리에 떨어져 내리는 오후 네시의 폭양은 사람을 어지럽게 한다.

그래서 나는 지하로 지하로 내려가 지하철을 탄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