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갑자기

오십 층 빌딩을 세우기 위한 공터
땅 판 자들이 남겨둔 장독대 옆에
내리는 유월의 빛은
잡초와 버려진 빨래와 쓰레기로
한가하다

갑자기 시를 쓰고 싶다
불현듯 바다로 가고 싶듯
돈보다 더 큰 행복을 모르고
사랑해 본 적이 없으며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로써
인생을 말한다는 것은
허무와 마주하지 않기 위한
비겁한 수다이다
시를 쓰지 못한다 해도
오늘같이 맑은 날에는
값싼 사랑 만이라도
이야기하자
그렇게 나날은 가지만
배는 떠나지 않은 채 정박 중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 살아가는 내게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은
신들의 낭비일지라도
찬란함이 자신들임을 어찌하랴
무의미한 나날들을 위하여
불현듯 시를 쓰고
조용히 바다로 떠나려 한다

This Post Has 2 Comments

  1. 아. 글이 아름답습니다.. 🙂
    죽음. 이해못하니까.. 이리저리 끄적여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2. 여인

    저는 시를 싫어하는 사람인데… 처음으로 한번 써 본 것입니다. 전에는 비공개로 해놨는데… 옮기다가 그만 열렸네요. 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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