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케르;Homo-Sacer

HOMO-SACER

호모 사케르란 무엇인가. 그것은 로마법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직역하면 ‘성스러운 인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호모 사케르는 기독교의 성인(聖人)과는 큰 관련이 없다. 호모 사케르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수수께끼 같은 구절이 전해져오고 있다. “어떤 범죄를 저질러서 인민에 의해 고발당한 자를 성스럽다(sacer)고 한다. 그를 희생의 제물로 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죽인다면, 그 사람은 살인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최초의 호민관 법에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민투표를 통해 성스럽게 된 사람을 죽이면 살인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악하고 불결한 사람을 가리켜 성스럽다고 말하는 관습이 있다.” 이것은 섹스투스 폼페이우스 페스투스Sextus Pompeius Festus의『단어의 의미에 관하여 Deverborum significatu』라는 책에 나온 호모 사케르에 관한 정의다. 호모 사케르는, 제물로 바쳐서는 안 되지만 누구나 죽일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제물로 바칠 수 없다는 것과 누구나 죽일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모순이 있다. 성스럽기 때문에 희생될 수 없다면, 신성 모독을 범하지 않고 호모 사케르를 죽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페스투스의 정의가 암시하듯이 불결하기 때문에 제물이 될 수 없다는 뜻이라 해도, 그런 불결한 존재를 누구나 죽여도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이다. 호모 사케르에 관한 페스투스의 정의는 고대 로마에서조차 의미가 모호한 수수께끼였다. 현대의 해석가들 역시 이 구절이 내포하고 있는 명백한 모순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테오도르 몸젠(Theodor Mommsen)처럼 호모 사케르를 누구나 죽여도 된다는 구절에서 사형 제도의 초기 형태를 본 사람들은 왜 호모 사케르가 가능한 희생 제물의 목록에서 제외되는지를 설명할 수 없었고, 카를 케레니Karl Keryi처럼 터부의 이론에 의지하여 호모 사케르를 이미 지하의 신들에게 바쳐진 존재, 혹은 저주받은 존재로 본 사람들은 왜 누구나 호모 사케르를 죽여도 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국가 권력에 의해 끔찍한 일을 당하는 이들은 많은 경우 이처럼 법 외부도 아니고 법 내부도 아닌 독특한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보자. 그들은 20년 넘게 20만이 넘는 숫자를 유지하면서 한국 사회에 살고 있지만, 법질서 외부에 존재한다. ‘미등록’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법에 따르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법질서 외부의 존재’라는 자격으로 한국 사회에 포함되어 있다. 이런 독특한 상황은 이주노동자가 끔찍한 일을 당하도록 조장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는 폭행을 하거나 임금을 체불해도 무방하다.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이를 참지 못하고 경찰서로 달려가면, 도리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처벌을 받게 된다. 행위 이전에, 존재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아감벤은 이런 존재를 “호모 사케르”라 부른다. 호모 사케르는 ‘희생물로 바칠 수는 없지만 죽여도 되는 생명’이다. 이는 호모 사케르가 처한 이중적 배제의 상황을 묘사한다. 이들은 인간 법질서 외부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죽여도 상관없다. 하지만 희생제의에 사용되는 제물들처럼 완전히 인간 법질서를 떠나 신의 질서로 편입되지도 않는다. 그들은 법질서의 외부에 있는 방식으로 법질서에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희생물로 바칠 수도 없다. 즉 법질서 외부로 추방된 채 여전히 사회에 존재하고 있기에, 무슨 일을 해도 상관없고 심지어 죽여도 무방한 존재. 아무런 권리 없이 단지 생 그 자체만 가진 벌거벗은 생명. 배제된 채 포함되어 있는 존재. 이들이 호모 사케르이다.

아감벤이 보기에 국가권력, 즉 주권은 본질적으로 호모 사케르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국가의 최고 권한인 주권은 전통적 주권이론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법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법을 멈출 수 있는 권한, 법을 멈추고 예외 상황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다. 호모 사케르는 바로 이런 예외 상태에 처함으로써 모든 권한을 박탈당한 벌거벗은 생이다. 이들에게는 무슨 짓을 해도 된다. 하지만 여기서 예외는 완전히 법질서 외부를 말하지 않는다. 예외는 “무언가를 배제시킴으로써만 그것을 포함하는 이러한 극단적인 형태의 관계”이다. 호모 사케르는 외부의 존재라는 낙인을 쓴 채 체제 안에 존재하고 활용된다. 요컨대 주권은 법질서를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법을 가동하는, 생을 법질서 외부로 추방하는 방식으로 법질서에 포함하는 권한이다. “벌거벗은 생명의 창출은 곧 주권의 근원적인 활동이다.”

脫/向수유너머에서 일부 발췌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