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과 눈

3월에 내리는 눈

밝은 햇빛을 밟고 아산으로 내려갔는데 오는 길은 폭설을 떨쳐나가는 길이었다. 삼월의 폭설은 처음에는 우울하더니 저녁에 돼서는 크리스마스가 다시 온 듯한 느낌이다.

코트에 묻어나는 눈송이를 떨어가며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담배를 피우기 위하여 집 밖으로 나갔다. 딸 아이는 눈사람을 만들겠다고 나가더니 머리 위에 김을 올리며 언 손을 호호 불며 돌아온다. 골목에는 수은등이 빛을 발하기 위하여 지글거리며 자기의 몸을 데우고 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수은등이 있었다는 것이 기억나지 않았다.

이년동안 그 자리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마누라의 강압에 쫓겨나긴 했으나 좋은 점은 있었다. 밤공기의 변화를 알 수 있었고 달이 서쪽에서 떠서 매일 동쪽으로 조금씩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목련이 언제 꽃을 틔우고 지며 잎을 내미는 지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수은등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은 몰랐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자국을 여미며 내 앞을 지난다,

마침내 수은등에 불이 들어왔다.

골목 건너편에 늘어선 높다란 활엽수의 가지에 쌓인 눈이 벚꽃으로 피어난다. 그러더니 골목 이 편에서부터 저 끝까지 순식간에 벚꽃 잔치이다.

툭! 하며 높은 가지에 쌓인 눈이 떨어지며 낮은 가지의 눈을 떨어낸다. 아마 한 밤을 지나며 찬란하게 피었던 눈꽃들이 지고 아침이면 다시 앙상한 가지 위에 잔설을 남기고 한발자국 씩 봄으로 나아가리라.

This Post Has 4 Comments

  1. 쏘울

    와우~! 블로그 스킨 아주 멋집니다.
    설치형 인가요?

    방명록을 보니 이스킨 손보느라 고생하시나본데요….다 되시면 스킨 강좌한번 하시지요?
    첫 수강자 신청 할랍니다. ㅎㅎㅎㅎ

    1. 旅인

      방명록에 설명을 달아놓았습니다. 저도 잘 몰라요…^^

  2. 클리티에

    여인님의 예전 글을 하나씩 읽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

    2004년 3월의 눈, 꼭 오늘이었던것처럼 확연하게 기억이 납니다.
    이젠 정말 봄이 올 거라고, 따뜻한 햇살이 주체 못하게 쏟아질거라고, 그렇게 믿었던
    나의 설레이는 마음 위로 하얀 눈을 소복 소복 쌓아주었습니다.
    눈은 유난히 혹독했던 겨울보다 더한 추위를 몰고 왔고, 나의 구름 같던 설레임도 눈에 덮여 얼어버렸었던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1. 旅인

      삼월에 내리는 눈은 늘 폭설이 되곤 하지요. 아마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센치의 눈도 삼월에 내린 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글은 제가 아주 초창기에 인터넷에 글을 쓰던 때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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