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13층

오랜 영화에 대한 편력 끝에 SF영화를 즐기는 편이다. 아무 생각없이 시간이 가고 재미가 있다.

아내는 SF영화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나를 가끔 한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볼 때가 있다. 그러나 SF영화에는 상당히 그럴 듯한 종교적 코드 또는 시그널이 있다는 것을 아내는 모른다.

SF영화 속에는 물리학적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장면이 나오고, 논리적이나 물리적인 법칙으로 해소가 안되는 부분은 결국 영혼이나 정신 등으로 얼버무리게 되는 데, 그 속에 종교적인 코드가 잡음을 발하며 끼어들게 된다.

상당히 종교적인 요소가 개재가 될 것 같은 컬트 무비를 보면, 오히려 종교적인 요소는 없고 구도는 단순하며 발라먹을 만한 것이 없다. 오멘이나 기타 등등을 보면 666이라는 상징성이나 사탄 등을 단순한 도식 속에서 흘려버린다. 거의 기대할 것이 없고 빈곤하다.

이십수년전에 ‘Space 1999’라는 BBC의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다. 이 드라마가 AFKN에서 방영을 했는 지 한국방송에서 방영을 했는 지는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달 이면에 있는 핵폐기물하치장의 폭발로 달이 지구의 궤도를 벗어나 우주를 떠돌면서 달 기지의 대원들이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린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분명히 종교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영국의 신지학적인 요소가 게재되었거나 서양의 부처라고 불리우는 구르드지에프의 불량한 제자 오스펜스키의 논리(지구야 말로 우주에서 가장 진화가 덜된 혹성이라는 논리)가 함유되었다고 느꼈다.

그 후 에이리언 포에버라는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이 비디오는 시고니 위버가 나오는 그 에이리언이 아니라 가오리같이 생긴 에이리언이 나오는 데, 좀 형편없는 비디오였다. 여기의 에이리언은 가오리처럼 생겼는 데, 뇌가 몸통에 비하여 너무 커서 어떤 숙주에 기생하지 않으면 뇌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에 기생하게 된다. 또 이것은 뇌에 안테나와 같은 것이 있어 정신(생각, 기억, 경험 등)을 상호교류한다.

정신의 교류 상태에서 몸통으로써의 각 개체는 있으나 정신은 하나이다. 하나인 정신을 위해서 각 개체는 아낌없이 희생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끔찍한 일이다. 만약 통합된 정신의 지시 아래 하나의 개체의 부품으로 움직여 가는 인간의 몸통을 생각해보라.

그 세계는 완벽할 것이지만, 몸이 없는 정신 만 남는 세상이다. 또한 두 사람의 정신이 통합되었을 때, 정신분열로 살아가든지 아니면 큰 자아가 작은 자아를 흡수 통합하여야 하는 데 과연 인간에게 자아라는 것이 있는 지 조차 애매하다. 그리고 타인의 뇌 속에 깃든 엄청난 노이즈(번뇌 등)를 통합과정에 감당할 수 있느냐 등도 문제이다.

이 비디오는 의도했든 안 했든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고 정신과 영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요즘 실험되고 있는 사이보그에 대한 암담한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13층(The Thirteen Floor)은 감독도 배우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이다. 매트릭스 기법을 썼다고 하는 데 엄청날 정도로 기독교적이면서도 불교적인 요소를 간직하고 있는 영화다. 나는 13층이라는 제목에서 컬트적인 요소가 있지 않을까 했으나, 컬트적인 요소는 하나도 없다. 매트릭스적인 폭력도 없다. 재미있느냐 하면 별로 재미도 없다.

한 컴퓨터 천재가 가상의 시뮬레이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 속을 여행한다. 자신이 만든 가상의 세계를 체험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또한 시뮬레이션된 허구의 세계임을 알게 된다. 그가 허구의 세계임을 알게 되자 자신을 만든 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가상의 세계에 와서 그를 살해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창조라는 코드는 분명 기독교적인 코드에 해당한다. 그러나 가상의 시뮬레이션 세계의 인간들은 자신들의 자아와 생명에 연연한다. 비록 자신이 시뮬레이션에 의하여 만들어졌음에도 가상의 인간들과 도시 속에서 연기관계 속에서 자아를 형성하고 개별적인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는 분명 불교적인 코드에 해당한다.

이 13층이라는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이 되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또 비디오로 성공을 거두지도 못한 것 같다. 그러나 한 번 유의해서 볼 만한 종교영화인 것은 틀림없다.

참고> The Thirteenth Floor

This Post Has 2 Comments

  1. 프라나비

    13층, 매트릭스 시리즈의 개봉으로 뒤늦게 ‘쪼금’ 관심을 모았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13층을 더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네요.

    SF영화를 좋아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저도 무척이나 좋아하거든요. SF…
    혹 ‘다크시티’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아마 보셨을 듯), 다크시티도 소위 말하는 ‘가상현실’류에서는 특유의 매력이 있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갑자기 무럭무럭 생각이 나네요…

    1. 旅인

      다크시티는 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매트릭스보다는 13층을 더 재미있게 본 것 같습니다. 주인공 자신이 가상세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 역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물이라는 것은 기독교적 피조물이라는 의미보다 공의 상태에서 존재하는 불교적 연기관에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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