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노시스;Gnosticism;Gnosis;Cognoscentia

γνώσις

Cognoscentia

그노시스는 靈知 또는 인식, 깨달음, 지식을 뜻하는 그리스어임.

그노시스파(영지주의)는 믿음보다 영적인 지식을 구하는 초기 기독교 각종분파들을 통칭함.

초기 기독교 시절, 다양한 형태로 출현했던 영지주의는 AD5세기 경 홀연히 사라지고, 중세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의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물경 1500년 동안 영지주의에 대한 문서는 물론 어떠한 논의도 용납되지 않았다. 만민을 위한, 보편타당한(카톨릭) 믿음 하에, 비록 신교가 발생하긴 했지만, 기독교는 단일하고 강고한 결속을 지속해 왔다. 그래서 영지주의는 사람의 뇌리에서 지워져 갔다.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지니라’라는 첫계명으로 해서, 출애급 이전에 유태교가 다신교였음을 추정하는 것처럼, 영지주의에 대한 지식은 카톨릭을 믿음의 반석 위에 올려논 호교론자들의 논문이나, 작성연대가 후기로 추정되는 사도들의 편지서에 나타난 이단들에 대한 비난(비판이 아님)들에서 비롯한다.

영지주의(Gnosticism)에 대한 전통은 인류의 보편적인 종교활동임에도 기독교 영지주의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극히 왜곡되고 날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노시즘의 특징은 하나의 통일된 운동이 아니라 소수집단의 교리와 신념에 따라 분파주의적 전통을 지닌다. 따라서 그노시즘에 대한 획일적인 해석이나 판단은 당연히 불식되어야 한다. 특히 그노시즘은 그 말의 뜻 자체가 앎, 인식, 지식, 깨달음 등의 함의를 갖고 있어서 어떤 교리나 신조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영적 체험에 가치를 둔다. 따라서 구도적이며 모든 종교적 지식에 개방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노시즘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야훼를 하급신인 데미우르고스(제작자)라고 폄훼하고 영과 물질(중간에 정신)을 이원적으로 대립시켜 놓고 그리스도가 취한 육신은 참 육신이 아닌 가짜라는 가현설(Docetism)을 주장하면서 구약의 전통을 파괴하고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부인하는 배교적인 운동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역사란 승리자의 편에서 해석되고 조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노시스파에 대한 적절한 평가인가에는 의문이 간다.

이와 같은 그노시즘에 대한 해석은 신플라톤주의자인 플로티누스(Plotinus AD205~269?)의 유출설에 기인한다. 그의 유출설(Emanationism) 을 보면 태양이 본질적으로 빛을 방출하여 암흑으로 사라지듯이, 우주는 근원적인 일자(一者)로 부터 이성(Nous)이 유출(Emanatio)되고, Nous로 부터 영(Psyche)가 흘러나온 후, 영으로 부터 물질이 방출되며, 물질은 一者로 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보았다. 그는 물질을 신으로 부터 가장 멀리 있으며 가장 불완전하고 無(암흑)의 경계선에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플로티누스의 견해를 뒤집어 보면, 창조주인 야훼는 가장 불완전한 물질세계를 만들었기에 하급신이며, 지혜의 나무(선악과)로 이끄는 뱀과 사탄은 인간을 물질세계에서 Nous와 Psyche로 이끄는 보다 선한 신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노시즘이 플로티누스의 이론에 의하느냐는 그의 생몰년대가 그노시즘이 창궐한 2세기 이후인 3세기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플로티누스가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그노시즘을 접목하여 유출설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플로티누스의 유출설은 신학적으로 대단히 유용하며, 일자에서 생긴 하위의 존재사물은 동일한 작용, 기능에 의하여 그 아래의 존재사물을 낳으며, 마침내 무에 이르는 다양한 위계질서를 제시함으로써 카톨릭(보편적인, 만민의 라는 의미)의 위계질서를 정립할 수 있으며, 일자에 의해 산출된 多와 他는 동일한 원천에 의한다는 범신론적 경향과 함께 하위의 물질조차 일자의 통일성에 입각하여 동력인을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신국론을 저술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예정조화설에 이론적 Back Ground를 제공하고 있다.

각설하고 그노시즘은 역사적 평가와는 달리 그 프로토 타입을 마니교, 카발라, 중세의 이단인 보고밀파, 카타리파, 알비파 등에서 적출해낼 수 있으며, 현존하는 종교로는 이라크 남부및 이란 남서부의 유태인들이 신봉하는 만다교(Mandanes: 아람어로 앎, 요한을 적통으로 함)가 있으나 그 내용은 미상이다.

프로토 타입에서 유추될 수 있는 것은 영과 물질의 엄격한 이원론 속에서 영적 신비체험을 목표로 하며, 금욕과 청정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초기 기독교 시대에는 영지주의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집단적인 세력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유대교의 엣세네파와 같이 지도자를 중심으로 수십명의 공동체를 형성하며 수행과 명상을 주로 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교리체계를 명백히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지식과 지혜로 신을 알고자 하였기에 예수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수행하였을 수도 있으며, 아니면 세상의 모든 지식을 흡수하여 영지의 세계로 나가려 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그들은 조로아스터의 교리와 마니교의 지혜, 심지어는 인도나 이집트의 종교에서 조차 제반 지식을 흡수하였으며, 플로티누스의 이론(一者의 流出說)에서 강력한 자양분을 공급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지주의 문서로 밝혀진 나그 함마디의 문고에서 보면 그들은 성(SEX)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베드로나 바울에게 중 요성을 두지 않고 도마나 여타 사도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참고> 플로티누스는 영지주의보다 한세기가량 늦은 사람이다. 그러니 그의 이론은 어쩌면 영지주의자들 아니면, 빛의 자식들인 엣세네파에서 사유의 한쪽을 얻어 플라톤의 이론과 교합시켰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