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사랑 거즛말이

여인의 소리를 들으면, 마치 ‘그것’이 情과 恨에 합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영혼이나 삶이라고 차마 할 수 없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여인은 그 소리를 “계면조 평거”라고 했다.

계면조 평거, ‘사랑 거즛말이’ 듣기..

 

사랑 거즛말이 님 날 사랑 거즛말이
꿈에 뵌닷 말이 긔 더옥 거즛말이
날 갓치 잠 아니 오면 어늬 꿈에 뵈리오

– 조선중기 김상용 –

영화 해어화에서 이 노래를 들었는 데, ‘계면조 평거’란 평시조를 계면조로 읊어보겠다는 뜻 같다. 처엉산리 벼억계수야아~라고 읊던 시조 창들이 정가(正歌)에 속한다고 한다. “즐기면서도 휩쓸리지 않고, 슬프면서도 비통하지 않으니, 바르다고 이를 만하다”(樂而不流 哀而不悲 可謂正也 : 三國史記 雜志 樂)고 하여 정가다. 그러니까 정가란 즐거워도 질탕하지 않아야 하며, 슬퍼도 애가 끊어질 정도가 되어서는 아니되는 절제가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이 소리의 슬픔의 길이는 가녀리면서도 길고 길다. 그래서 슬픔이 바람(소리)에 섞이고 바람(소리)이 다시 슬픔이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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