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사실들

  1. 금년들어 블로그에 포스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길거리를 굴러다니는 나뭇잎처럼, 나는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뭇잎보다 내가 고귀하다는 뜻은 아니다.
  2. 내가 근무하는 주변으로 참새와 비둘기가 날아든다. 먹을 것이 있는 탓이다. 사람 또한 먹을 것(돈)이 있는 곳으로 꼬이는 것은 하등 대차가 없다.
  3. 우리의 말과 생각을 이해 못한다고 새들을 향해 새대가리라고 한다. 하지만 새들의 말과 생각을 헤아리려는 생각은 우리에게 눈곱만큼도 없다. 새들은 우리를 보고 “사람대가리란 어쩔 수 없다”고 지저귀고 있는지도 모른다.
  4. 올해는 꽃샘 추위가 없었다. 그냥 봄이 왔고, 그냥 가버리는 것 같은 봄을 보면서 작년같은 여름이 쳐들어올까 걱정이다.

This Post Has 2 Comments

  1. 아톱

    블로그를 폐쇄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 방문했어요.
    잘 지내시지요? 그래도 소식을 알려주시니 반갑습니다.

    사람이 자연과 다름 없다는 말은 자연과 같은 영롱한 존재라는 뜻도 되겠네요.
    인간의 삶이라는 게 그리 즐거울 게 없는 것이지만, 따뜻한 봄바람 속에서 내일도 떠오르는 태양처럼 묵묵히 살아가자구요. 🙂

    1. 旅인

      벌써 5월이 다 지나가네요.

      잘 지내느냐라고 여쭈신다면 어쩌면 여태까지 보다 지금이 훨씬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지난 날들은 잘 지내지 못한 것인가 하고 묻게 됩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 가까이에 장미넝쿨이 자라고 있는데, 하루종일 보고 있으면서도 문득, 간혹, 하루에 한번쯤, 참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을 느낄 때 하루에 한번쯤, 간혹, 문득, 행복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들은 심심하고 무덤덤합니다. 짜증나고 신경질도 나고 하지만, 제가 아무 것도 아니고 바람이 불며, 날이 저물고 하는 것들이 다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톱님께서도 물론 잘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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