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에 즈음하여

巽爲風        [ 風之井 ]        水風井

“巽在牀下 喪具資斧 貞凶”

위의 점괘는 대선이 끝난 2012년 12월인지 다음 해 1월의 어느 날, 출범하게 될 박근혜 정부에 대하여 점(占)을 친 것이다. 점은 풍지정(風之井)이었다. 손위풍(巽爲風)의 맨 위의 효가 변하여 수풍정(水風井)으로 변하는 모양이다. 점괘는 손위풍의 맨 위(上六)의 효(爻)에 따른다. 그 효사(爻辭)를 번역하면 이렇다.

“평상의 아래에 손(巽)이 있다. 재물과 도끼 모두 잃을 것이니, 점은 흉하다.”

영험하지 못한 탓에 당시에는 “모든 것을 다 잃고 흉하다”는 것 외에는 점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견강부회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와서 보니 점의 뜻은 이런 것 같다.

본괘는 손위풍이다. 손(巽)은 나무이며 바람이다. 상(象)에는 “바람을 따르는 것이 손이다. 군자는 명을 내려서 일을 수행한다”(隨風巽 君子以申命行事)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씨는 큰 바람(촛불민심)을 거스리려 하고 있다.

역은 변화에 집중한다. 손위풍에서 변하는 효는 맨 위(上六)의 효다. 이 효가 변하여 지괘(之卦)인 수풍정(水風井) 괘로 변한다. 여섯개의 효 중 맨 위는 너무 높다. 군주의 자리(다섯번째 효)에서 물러난 다음을 가리킨다. 그래서 건괘의 맨 위의 효사를 보면, “지나치게 높히 있는 용에게는 뉘우침이 있다”(亢龍有悔)고 경고한다. 즉 박근혜 그녀는 대통령의 권한 이상을 누리려 했으므로 자리가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효사를 부연(敷衍)하면 이렇다.

평상은 높은 자리를 말한다. 그 평상을 손(巽)이 받치고 있다. 손은 바람이며, 들어간다, 부드럽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손은 가족 중 장녀와 가축 중 닭을 의미하기도 한다) 금번 정권을 보면, 비서실장을 비롯, 수석 및 문고리 삼인방으로 대표되는 청와대의 비서진이 국정이 반듯하고 원할하게 돌아가도록 대통령을 보좌하기에는 도덕적 자질 및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최순실 등 비선 실세들은 영혼조차 없는 듯하다. 이런 작자들이 각료를 임명하고 국회의원을 공천한 관계로 정부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적폐로 세월호가 가라앉는 것을 국민들은 가슴을 치면서 하루종일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자유 시장경제를 보호한답시고 의료법인의 수익 만을 생각하다가 메르스 사태를 키웠고, 미르, K-스포츠 등의 출연금 명목 등 뇌물의 댓가로 각종 이권을 제공함은 물론 각종 노동악법 제정 과 민주노총의 탄압 등 재벌의 뒷배가 되고 있다. 남북관계를 악화시켜 국민을 전쟁의 위험으로 몰고 가고 있다.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물론 불가역적(이 의미는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국가 간 조약에 준한다는 뜻이 아닐까)이라고 일본이 주장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거쳐 미-일, 미-한으로 분리되어 있는 북·중·러로부터 북태평양의 방위체제를 미-일-한으로 수직 일원화하겠다는 미국의 의사에 충실하여 국민의 의사는 무시하고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일방적으로 체결한다. 또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드 배치를 밀어부침으로써 한중관계의 악화는 물론 극동지역의 군사적 긴장도를 높히고 있다. 실정에 실정이 포개지고, 문제를 문제로 덮어가는 국정 파행이 어찌 오래갈 수 있겠는가? 당연히 평상이 엎어져 머리가 깨질 것이고 양손에 거머쥔 것을 놓쳐버리고 말 것이다. 그래서 점은 흉하다고 경고한다.

지괘(之卦 ; 본괘가 변하여 된 괘)를 보면, 수풍정(水風井)으로 나무(巽) 위에 물(水)이 있으니 우물(井)이다(木上有水井). 이 괘는 다르게 보면 불행하게도 바다 아래 배(巽)가 가라앉아 있는 형국이다. 지금의 촛불집회의 바람을 타고 탄핵으로 이르는 이 급박한 정국 자체가, 세월호에 타고 있던 어린 영혼들이 눈물조차 흘릴 줄 모르는 이 사이코패스 정권에 가하는 준엄한 심판처럼 여겨진다.

이 불행이 지난 다음 국면은 이 지괘의 맨 위의 효(上九)로 부터 유추해낼 수 있다. 거기에는 “우물을 다 긷고 난 후 덮지 말아라. 믿음이 있으면 크게 길할 것이다”(井收勿幕 有孚元吉)라고 쓰여 있다. 더러운 물을 다 길어 없앤(탄핵) 다음에 우리나라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것이며, 새 정권과 함께 잘 키워나가면(孚에는 믿음과 키워나감의 뜻이 함께 있다), 다시 한번 크게 창성하리라는 희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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