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지나고 5월

4월이 지난다. 동남풍이 불어온 이후, 바람에 실려온 온기는 땅에 스며들어 부풀어오르고, 공기 속에 뒤섞이자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산과 언덕에 자주빛이 감돌더니, 겨울동안의 적막한 갈색이 아득해지면서 기어이 녹색이 물감이 번지듯 산능성이까지 물들었다.

계절이 지나는 교차로에서 진종일 서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을 맞이한다. 뿌리를 땅에 내리고 몸을 하늘 아래 드리우고 있는 식물에게 겨울은 모질었던 것이 틀림없다. 세상에 미미한 온기가 돌기 시작하던 그 싯점부터 잎이 나고 싹이 난 지금까지, 나무와 식물 고갱이에서는 어떤 치열한 것이 일어난 것인지, 그 사정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마당의 봄볕이 졸립던 어느 날, 한나절 봄볕에 벚꽃이 문득 피더니, 느닷없이 졌다. 꽃이 진 자리에는 다시 잎이 돋았다.

겨울이 지나면서 나무는 마지막 힘을 다하여 햇빛과 온기를 흡수하고 양분을 빨아올려 얼어있던 생명의 기운을 지펴올렸을 것이다.

오후 4시가 되면 길어진 햇빛 아래, 동쪽 풍경은 더할 나위없이 투명해지고 중첩된 나무들은 형용할 수조차 없는 수천 수만의 녹색들을 펼쳐보이며 햇빛을 향하여 그림자들을 던진다.

천차만별한 녹색의 그림자를 보면, 저 빛 속에 선과 악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정의나 불의, 진실과 허위는 물론 아름다움이나 추함에 대한 차별이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문득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자연 속에는 그러한 것들을 너머 삶과 죽음 그리고 계절의 흐름에 맡겨진 목숨들 만 가득할 뿐이다.

그리고 5월이 오면, 숲 속이나 골목길에 꽃 향기가 감돌 것이고 마침내 달빛이 그윽한 길을 거닐고 싶을 것이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