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늦은 밤

마치 몇달 만에 집에 온 것 같다. 집의 아늑함과 어질러짐, TV에서 쏟아져 나오는 현기증나는 소리들. 밤 11시가 넘어서 국악방송을 켰다. ‘세계음악 여행’을 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파두(Fado) 음악이 흘러나왔다. 뭐라할까? 출력이 낮은 앰프와 찌그러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는, 80% 정도의 허무한 갈증에도 불구하고, 100%라는 팽팽한 갈망을 채워주고도 남을 것 같은 이율배반이었다.

피로와 졸음이 몸 속 가득했지만, 스피커 가까이 귀를 대고 음악소리가 졸음과 잠결 속으로 나른하게 스미는 것을 들었다. 잠과 음악과 현실이 내 몸 속으로 굽이쳐 들어왔고 그렇게 하루가 저물었다.

너무 쓰고 싶은 것이 있지만 쓰지 못하는 관계로, 아무 것도 쓰지 못하는 그런 상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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