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들끓는 시간

새벽, 낮이 조용히 비등하기 시작할 무렵, 도로가 텅빈 채 신호등만 빛깔을 바꾸는 시간에 간판 위로 던져지는 낮은 조도의 불빛을 얼마나 막연하게 좋아했던가?

먼지 날리고 시끄럽던 세상이 은밀하고 고요하지만, 아직까지는 멸망에 다다르지는 않았다는 안도감과 아침 해가 떠오를 것을 침묵하며 기다릴 시간이 조금은 남았다는 것, 세상이 존재한다는 막연한 물증들이 어둠 속에 가득한 풍경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6 thoughts on “낮이 들끓는 시간

  1. 게을러서 새벽 풍경을 자주 보지는 않지만,
    그 느낌들은 참 좋아해요.
    여인님 글을 통해 그 느낌을 좀 더 생생하게 되짚어봅니다.^ ^

    1. 요즘 새벽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피곤하지만 조만간 날이 밝을 것이고 하루가 저물 것이라는 것이 좋습니다.

  2. 전 밤을 새고 새벽 동이 틀 무렵에 차 한 대, 사람 한 명 없는 거리를 거니는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평범한 날에는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날 때면 끊어진 듯 지난 날을 뒤로 하고 새 날을 맞이하지만 밤을 새고 새벽을 맞이할 때면 그 두개가 단단히 이어져 있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그 곳의 공기부터 모든 게 오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영원한 어둠과 영원한 밝음은 없다는 느낌이 위로를 건네줬다랄까요?

    1. 하루가 가고 오는 풍경들은 늘 여러가지 감정들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하루가 지나갔다는 안도감과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한다는 가벼운 긴장감과 허기처럼 밀려오는 졸음과 피로감 그리고 새벽과 밤의 어둠 저 편에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등…
      그리고 해가 뜨는 시간의 그 고요함 속으로 밀려오는 빛 등이 좋습니다.

  3. 여인님의 글을 보니, 비에 젖은 아스팔트 도로가 반짝 이는 모습을 보던 순간이 떠올라요. 제가 그런 인위의 풍경을 눈여겨 볼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삭막한데도 뭔가 좋더라구요.

    1. 어떤 생소함이나 세상과 약간 거리를 두고 내가 여기에 있다는 느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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