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 속의 봄

이 곳 아침은 매연과 함께 시작한다. 중국의 공해에 찌든 공기는 편서풍을 타고 서해를 건너 한강을 타고 낮은 포복으로 서울로 스며든다. 서울의 묵은 공기와 뒤섞인 공기는 두모개에서 중랑천 일대의 저지대를 따라 북상한다. 북상하는 탁한 공기는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의 좁은 골을 비집고 의정부·양주를 거쳐 연천을 지난다. 철원을 지난 바람은 북한의 평강평야의 너른 들을 만난 후 방향을 잃고 흩어진다. 여기는 바람이 지나는 길목. 호리병처럼 생긴 들 위에 날림으로 가설된 도시다. 좁은 들을 비집고 흐르는 개천에서 증발된 수분이 아침이면 서리나 이슬이 되거나, 안개가 되어 도시로 내습했다. 맑은 밤이면 도시 북부에 있는 공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피혁가공공장의 무두질용 화학약품 냄새와 뒤섞였다. 새벽이면 축축한 이 곳 공기에는 머큐로크롬과 같은 난잡한 냄새가 감돈다. 출근을 하면 사무실 앞 주차장 가득 출입허가를 기다리며 공회전을 하는 차량의 마후라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솔린 유분과 디젤엔진의 타르성분이 이 곳 공기에 뒤섞이면, 이 곳과 아우슈비츠의 가스실과는 연병장 대각선 거리 정도인 것 같다. 하지만 해가 뜨면 이 불순한 도시를 감싸고 있는 산과 언덕 위로는 한량전선 밑으로 봄 기운이 은밀하게 진군하고 있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짙은 갈색이었던 산빛이 점점 옅어지고, 겨울눈에 싹이라도 트는지 갈색사이로 하얀 솜털빛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This Post Has 2 Comments

  1. 후박나무

    매연 속에서도 다시 찾아오는 봄.
    반갑지만 그 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2. 旅인

    미세먼지, 매연과 안개 등에 휩싸여 있지만 그래도 살아가겠지요? 봄이 오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 곳의 봄의 풍경이 어떨지는 아직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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