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얼룩

여태까지의 일은, 한 일과 하지 못한 일 그리고 해야 할 일들, 즉 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의 일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다. 하루가 지나갔다는 것은 여기에서는 하루의 일을 마쳤다는 뜻이다.

나의 봉급은 나의 근로(일)와 등식의 관계를 갖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스쳐지난 시간의 값어치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나의 일이란 시간의 얼룩들이다.

시간이란 축내려고 하면 할수록 가지 않는 법이다.

하루종일 시간이 지나는 풍경을 바라본다. 그렇게 바라보다 보면 풍경들 사이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인지, 풍경이 흔들리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풍경과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무렵이면 나에게 할당된 시간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This Post Has 4 Comments

  1. 흰고래

    여인님 오랜만에 뵙네요.
    쓰신다던 글은 잘 쓰고 계신지…

    요즘 일이 좀 늘었어요. 제 스스로 자처한 일도 꽤나 되구요.
    시간 속으로 푸욱 빠져들면 일이란 단지 흐르는 시간이 되는걸까요.

    1. 旅인

      쓰던 글도 중단중입니다. 아직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려 하다보니 주변 일들을 신경 쓸 여가가 없는 모양입니다.

      아마 하는 일의 양태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에 노동이 더해지면 일이 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저의 경우는 시간을 흘려보내면 그냥 일이 되는 그런 일입니다.

      아마 이런 무망한 일들을 제가 기다려왔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일이 늘었다니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요. 열심히 하기보다는 즐기기를 바랍니다.

  2. 아톱

    많이 바쁘시죠?
    아마도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며 새롭네 삶을 꾸려나가신 듯한데요
    그래도 시간에 짓눌려 지내시진 않으시리라 믿어요

    1. 旅인

      시간에 짓눌려지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삭이고 있습니다. 가끔은 시간이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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