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

자전거로 츨근을 하다가 ‘탄천 2교’의 교각 밑으로 보는 탄천의 모습은 아름답다. 탄천 2교에서 한강까지의 일직선으로 잠잠하게 흐르는 탄천은, 탄천 2교에서 약간 휘어지며 모래톱이 있고 모래톱 위로는 수풀들이 자란다. 모래톱들 사이로 갈라지고 합하는 개천은 비늘같은 아침 햇살을 뿌리며 흐른다.

다른 나라의 江은 바닥이 깊어 흘러온 강물이 차고 다시 밀려나가는 것이지만, 우리의 강은 낮아서 바닥 위를 그냥 흘러가는 것이 좋다. 때로는 상류의 금빛 모래를 그 바닥에 쏟아내어 모래톱을 만들고, 그 모래톱을 피해 강물이 휘둘러 흐르는 모습이 좋다. 거기에 버드나무 자라고 수풀이 우거지는 모습은 기가 막히게 좋다.

어렸을 적 노량진과 옥수동 사이, 그리고 지금은 잠실이 되어버린 그 넓었던 모래섬들은 이제 사라져 버리고 모래톱 사이로 스미듯 흐르던 강은 다른 나라의 강처럼 찰랑대며 흐른다.

대신 잠실나루에서 석촌호수 그리고 신천을 지나 지금의 잠실운동장으로 흐르던 한강의 본류는 매립되고 그 아래로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진행되면서 씽크홀이 생기기 시작했고, 석촌호수의 물은 지하 깊은 곳 예전의 물길을 따라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고 수중보가 설치된 잠실대교 밑을 지날 때면 물보라를 일으키며 보의 바닥에 떨어지는 강의 싱싱한 냄새, 물비린내가 난다. 하지만 조금 더 내려가면 물비린내는 사라지고 고인물에서 나는 무겁고 가라앉은 답답한 냄새가 난다.

늦여름날, 석양이 피어오를 무렵이면 하루살이가 고수부지를 뒤덮는다. 어디에서 오는 지 가늠할 수 없는 하루살이들이 잠실대교에서 뚝섬한강공원 사이의 강북의 고수부지를 점령한다. 하루살이들이 마치 드센바람의 모래알갱이처럼 후두둑 후두둑 얼굴과 손등에 부딪힌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고인 물에서 자란다는 하루살이들은 어디에서 알을 낳고 자라나 여름의 오후 강변으로 날아오는 것일까?

10 thoughts on “흐르는 강

  1. 개발을 하더라도 단단히 조사를 하고 시작하지 말입니다.
    난개발은 결국 우리에게 피해로 돌아옴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자연을 자연답게 만들 수는 없는 걸까요.
    요즘은 인간도 인간답지 못하고 뭐하나 자기다운 맛이 없는 거 같습니다.

    1. 어렸을 적의 한강은 지금처럼 제대로 뚝이 갖춰지지 못해서 한강의 폭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민둥산들이 흘러흘러 강변까지 내려와 모래밭을 만들고 그 강변 곳곳에 대파와 같은 것을 심거나 빨랫감을 널어놓아 가난하고 을씬년스러운 풍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파리를 가로지르는 세느강이나 외국의 강처럼 높은 제방을 쌓고 ㄱ강과 내륙의 경계를 뚜렷히 하기를 바랬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강이 저 모양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도시 밑을 흐르던 그 아름다웠던 개울들 마저 파내어 예전처럼 만들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2. 윽…하루살이.
    저도 자전거 타고 한강이랑 안양천 자주 지나가는데, 정말 싫어요. 하루살이들…

    1. 전에 눈에 한마리가 들어간 후론 눈에 바람만 들어가도 눈시울이 간질간질합니다.

      콧구멍에도 들어가고 말입니다.

      그들로 봐서는 자신들의 인생의 황혼기에 어느 놈이 자전거를 타고 들어와 평온하던 자신의 삶을 망치는 것이 되겠지만 말이죠^^

  3. 집 근처의 온천천 때문인지, 제 경우엔 모기들이 겨울까지 극성이네요.ㅠ

    개발만 하다가 쑥대밭이 되버린것 같은 대한민국 강산.
    먼 훗날 지금의 아이들에게 우리 산천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 될까요?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ㅠ

    1. 사람이 손대지 않는 것이 자연의 식생에는 최상이지요.

      모기들이 있는 것은 좋은데, 계절을 모르는 것이 문제이네요. 서민교수는 기생충이 사라짐에 따라 아토피피부염 등 현대질병이 가속화된다고 하니 이와 벼룩을 전멸시킴으로써 우리는 또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MB때문에 앞으로는 함부로 삽질을 못하겠지요. 빨리 수중보들을 허물었으면 합니다. 한강도 빨리 없애서 자연하천의 모습을 보았으면 싶습니다.

  4. 저도 강원도 어느 곳을 지날 때 그런 강줄기를 보고 참 좋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설명을 하지 못했는데 딱 여인님께서 쓰신 것처럼 바닥 위를 흘러지나가는 강줄기 였어요.
    무언지 모를 여유가 느껴졌고, 편안해지던 그런 굽이굽이 바닥을 쓸고 지나가던 강줄기 였습니다. 문득 그 생각이 나네요.

    새벽은 자전거로 출근하시기에는 제법 쌀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1. 강과 개울의 중간까지 걸어들어가 모래밭의 끝 바위틈에 된장이나 떡밥을 넣은 어항을 담아둔 후, 한두시간 기다린 끝에 피래미 두세마리를 잡아 고무신에 가둬두었다가 다시 풀어주는 그런 개울이 좋지요.

      자전거를 출근하는 처음에는 좀 춥다가도 도착할 즈음은 땀이 납니다. 강변 아침 하늘을 보면 휘파람이 절로 나는 시절이라 좋습니다.

  5. 서울같은 도시에서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신다니.
    여인님 너무 멋있는거 아닌가요. 🙂

    우리의 강은 곡선의 강이었군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강들이, 또 산이. 자꾸 파헤쳐져 삭막해져가는 모습을 보는게 안타까워요.

    1. 우리나라 백두대간에서 대간과 정맥을 규정하는 것은 산과 구릉이 아니라, 개울과 개천과 강입니다. 그래서 대간 이외에 12정맥은 강의 이름으로 이름지어집니다.

      대간과 정맥을 넘을 수 있는 물은 없습니다. 산 속의 백개의 샘이 모여 개울이 되고, 백개의 개울이 들에 모여 개천이 되고 백개의 개천이 모여 강이 되어 개펄 사이로 바다로 스며듭니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山自分水嶺)는 천고의 진리를 거스르고 한강을 낙동강에 이어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처참한 생각을 한 것이나, 저절로 흐르는 강에 보를 세워 가로막고, 둘러가고자 하는데 반듯하게 가라고 강뚝을 만들고, 모래바닥을 후벼파 강을 썪게 만들었으니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으로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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