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표정

서울숲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고 건국대를 지나서 집으로 돌아온다. 젊은 연인들이 서로 수줍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공원을 거닐거나 대학교정을 걷고 있다.

나는 젊은 청년의 얼굴 속에서 세상의 때, 불의라든가 사악하고 지저분한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무지한 표정을 보았다. 그 표정은 자신의 아름다운 애인에 대한 수줍음과 아름다움에 걸맞는 마음 속의 선함으로 비롯된 것이겠지만,

자존감에서 비롯된 저 젊은 시절들의 아름다운 표정을,
왜? 무감각해지고 타락하여 자신의 존재를 송두리채 잃어버리고,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조차 잊어버리게 되어,
상실하게 되었는가 자문하게 되었다.

비근하게 나이가 들어서 뿐 아니라, 일이년 후 입대를 하고 윤일병에 저지른 것과 같이 잔악한 짓들을 저지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청년이 몸 담게 될 회사에서는 스펙보다는 한 인간의 인격을 중시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인격이란 인격의 긍정적인 면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회사는 불의를 목도하여도 발설하지 않는 조직에 대한 의리와 어떠한 불의한 지시에 대해서도 복종할 수 있는 용기, 오히려 회사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어떤 일이라도 자행할 수 있는 충성을 조직인으로서의 인격으로 생각하면서도, 회사의 공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하지 않는 청렴성과 잔업과 야근 그리고 휴일근무를 거듭하면서도 불만하지 않는 마당쇠적 근면성, 성실성을 요구하는 총체적인 모순으로서의 인격이 회사가 말하는 인격이다.

이런 모순적인 인격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국 한 인간을 모순에 빠트리게 되고, 한 개인의 도덕적 양심을 따르기보다 상황논리에 복종하도록 하고 자기 모순을 합리화함에 따라 “세상은 다 그렇게 되어 돌아가게 되어있고, 나 한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할 수 없다”면서도 방조하기 보다는 세상이 더욱 그릇되게 되어 돌아가도록 상사의 지시에 따르거나,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이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이 어둡고 잘못된 탓에 젊었을 때의 표정은 다 잃어버리고 어둡고 무감각한 표정이거나, 내면은 분노와 시기 등으로 점철된 웃음으로 구겨진 표정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4 thoughts on “사람의 표정

  1. 현실의 무게는 참 무겁고, 그 현실을 살아가는 저는 참 못나고 비루하고….
    하지만 그것이 어쩔수?없는 지금의 자화상이고….

    삶이라는 것이 살아간다는 것인지, 죽어가는 것인지…
    마지막 문장은 마음 깊숙한 곳까지 부끄럽게 다가옵니다.

    1. 마흔이 훌쩍 넘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나를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삶이 지겹고 모순된 것이 아니라, 내가 오히려 삶에 버거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날이 맑으면 내 영혼도 탈탈 털어 햇살 아래 포송해지도록 널어놓아야 한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2. 요즘 저희같은 청년들은 세상과 맞설 힘을 아예 잃어버린 듯해요
    어쩌다가 나 하나만 잘 되면 된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자아가, 인간의 존엄성이 마구 짓밟히는 세상을 보면서 자라는 저희는 티 없이 맑음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고 세상의 제 1의 가치를 지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어른들인 우리가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짓밟고 훼손시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1. 2000년대비 2012년 우리나라의 자살증가율이 세계 2위(13.8 → 28.9명/10만명당)라고 하는데, 1위라고 하지만 워낙 자살이 미미한(1.3 → 4.7명/10만명당) 키프로스의 자살증가율과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라고 보여집니다.
      아마 자신의 생명이 제1의 가치이겠지요?
      예전에 장자연의 자살사건 때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장자연은 자신의 머리 속에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포맷하기 위하여 결국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저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불행은 말(言)이 현실과 행동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말이 겉돌고 요사스럽다는 것입니다. 말이 진리와 정의와 전혀 무관해져 버린 나라, 그래서 대통령이나 정치가나 교육자나 어른들 할 것 없이 말이 그야말로 개떡같아서 믿지 말고 찰떡같이 요령있게 알아서 살아야만 하는 정글과 같은 나라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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