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에 대한 전말 20140623

왈라키아의 공작 블라드 3세(Vlad III, Prince of Wallachia)는 1431년 11월 10일에 태어나 1476년 죽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드러쿨레스티 가문에서 태어나 가시 공작 블라드 혹은 드라큘라(Drăculea)라고 불렸다.

살아있을 때의 기록보다 그 이후, 왜, 어떻게, 흡혈귀가 되었고, 흡혈귀가 되고 난 후 그의 육신과 영혼은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전말이 중요하지만, 기록은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가 죽었는데 안 죽은 것이거나, 안 죽었는데 죽은 것이라는 처참한 사실이다. 인간의 문법으로 그의 존재는 설명되지 않는다. 산 것과 죽은 것에 속하지 않는 드라큘라는 문법적으로는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존재이다. 

어둠의 기록을 본 적이 있다. 그 기록들은 태양이 남중하는 정오의 반대편에 발생하는 특정 싯점, 헌 하루 위로 새 하루가 겹쳐졌다가 헌 하루가 밀려나가면서 잠시 갈라지는 시간의 틈 사이(無間)에 간직되어 있다고 한다. 거기에 이런 기록이 있다.

그림자를 펜에 찍어 내 삶의 처절한 이야기를 여기 쓰노니 등잔 아래에서 읽을 수 없고 해(日)를 받으면 사멸하는 것, 곧 어둠의 흔적이라.

This Post Has 8 Comments

  1. 지현

    마지막에 인용하신 기록을 저도 접해볼 수 있을까요? 혹시 접할 수 있다면, 구해 읽어볼 방법을 알려주셔요.

    1. 旅인

      죄송합니다. 이 문장은 필요해서 제가 만들어낸 것 입니다. 제 블로그에는 허구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장이 마음에 드신다면 김경주 군의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추천해 드리고 싶은데, 님의 블로그를 둘러보니 그를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2. 지현

    김경주씨의 시집은 이미 소장을 하고 있습니다. 문장에서 닮은 구석은 아직 찾지는 못했습니다만, 스쳐가는 것이 좀 아까운 듯 하여 노트에 필사를 해놓고 싶어 출처도 남기고 더 많은 문장들을 읽어볼 욕심으로 여쭤본 것입니다.

    아직 보는 눈이 미천하여, 김경주의 시집에서 매력을 느끼기엔 어렵다 싶었고
    언어를 물고기처럼 다룬 것에만 겨우 재미를 보고있는 정도입니다.

    알려주신 포스트 주소에 들어가니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라고 나옵니다.

    1. 旅인

      님의 방명록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3. 후박나무

    중세의 마녀처럼 사람들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어둠의 상징이 드라큘라가 아닐까 생각될 때가 있어요.
    실제 드라큘라 백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가끔 궁금해지기도 합니당.ㅎㅎ

    1. 旅인

      몹시 잔혹한 인물이었다는 설과 오스만 터어키가 유럽 함락을 위해서 오스트리아 빈 등으로 세력을 확대해나갈 때 트랜실바니아 지역에서 터어키 침공을 막는데 공헌을 세웠다는 설 등이 마구 얽혀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당시 선진지역인 이스탄불에 가서 교육을 받아 사라센 문명에 정통하다고 합니다.
      복장이나 모습으로는 중동사람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흡혈귀가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4. 플로라

    드라큐라에 대한 다큐가 꽤 많습니다. 루마니아의 영웅이고 포로들의 입과 항문을 꼬챙이로 끼워 죽이던 잔인함 때문에 피의 블라드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다큐에서 봤어요. 루마니아로 검색하시민 나올 것 같아요^^ 다큐를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봤는데요, 그의 잔인함에 대한 전설이 유럽으로 건너가 소설로 재탄생했다더라고 하더군요.

    1. 旅인

      결국은 영웅이라도 인간으로서 하지 못할 잔인한 짓을 했다는 것 때문에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고 흡혈귀가 되어버렸네요. 예전의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 트랍 백작이 드라큘라로 나왔었죠. 그래서 결혼하면 안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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