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경 오송역

KTX가 무정차역을 지난다 여객의 모습은 짙은 속도에 뭉개져 보이지 않는데…… 누구의 다급한 세상이기에 저렇게 가야만 하는 것인가 열차가 남으로 달려간 후
햇빛이 길게 누운 선로 위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막연한 정적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This Post Has 4 Comments

  1. 후박나무

    정말 누구의 다급한 세상이기에 저렇게 다급한 속도로 가는 것일까요?
    에휴~~

    1. 旅인

      KTX가 없던 옛날에는 부산 출장을 가면 자갈치 시장에서 회라도 한 사라 먹고 올 수 있었던 것을, 아침에 내려가 일보고 오후에 KTX타고 집으로 돌아가느라고 아무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을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승강장에 승객들이 있어도 활기도 없고 피로에 찌든 침묵 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2. 아톱

    끝없이 편리하려고 하는 인간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요즘은 뭔가 뒤로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언가 모르게 강요받고 있다는 느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겉만 번지르르 하지 실속은 없어 보인다는 거죠. 인간은 무엇이 그리 급해서 앞만 보고 쌩쌩 달리는지요. 이제는 멈춰서서 한숨 고르고 주변을 되돌아 볼 때가 아닐까요.
    세상엔 차가 너무 많고, 기차는 너무 빨리 달립니다. 전화기엔 쓰지도 않는 온갖 기능을 붙여 놓았고, 산은 점점 사각형의 건물들로 잘려나가고 있고요. 눈을 돌리면 녹색보다는 회색을 더 자주 보게 되는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아요. 불편하고. 그래도 살기 위해 그 회색빛의 어두운 곳을 비집고 들어가서 살아야 한다니… 글 읽다가 보니 답답한 마음이 드네요.

    1. 旅인

      하루에 몇번씩이나 메시지를 하고 화면통화를 한다고 밤을 새워 쓰고 몇일만에 당도하는 편지를 쓰던 그때보다 사랑이 깊어진 것도 아니고, 기업에서는 직원의 자율성을 강조하지만 바다넘고 산 넘어 아득한 식민지로 부임하는 총독에 비하여 아무런 권한도 없습니다.
      전화가 없고 교통수단이 막연했을 때에 필요한 것은 한 개인의 인격과 능력에 대한 신뢰이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윤리와 덕목이 사람들에게 요구되었지만, 지금은 효율이라는 미명 하에 불신을 바탕으로 한 관찰과 실적 점검을 통한 강박적 목표달성의 요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것을 능력이라고 하며, 무한경쟁의 도구이자 에너지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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