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하이눈이 보이는 다리

잠시 음란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자 오후가 온다
자전거를 타고 빨간 모텔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이르면 오후는 휘파람을 불며 방죽 사이에서 놀고, 수업을 파한 골목에는 아이도 비루먹은 개 한마리 조차 보이지 않는데
모텔 하이눈에선 객실 창문이 열린다

사랑의 미흡한 내용을 채우기 위하여 거울을 바라보며 얼굴을 그리거나 젊은 날을 보냈을 것이며, 정오의 驛舍가 아닌 노을 밑으로 저녁이 익는 시간 속에서 속삭일 수 밖에 없었던 그 나날들을 너는 기억할 수 있겠니
태양이 드높은 정오의 모텔에서
사랑하는 짓 말고
무엇을 또 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랑은 자명하지도
기약도 없으며
아름답지도 못하다는 것이
시계가 정오를 가리킬 때
전철이 하이눈을 지나
강남까지 가는 이유이거나
빌어먹게도
을지로 4가에서 환승하기를 잊는 일이다

하지만 변두리의 끝자락에 밤이 오면 불을 밝히고 모텔 하이눈은 전철이 지나는 도시를 바라보며
사람을 맞이한다
사랑을 맞이한다

그들이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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