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것이 없는 나라

“안되면 되게 하라!”

특전사의 구호다. 명령이라면 무조건해야만 한다는 군사정권 아래에서 구축된 특유의 문화다.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일본 에도막부 시절, 지금 후쿠시마현 서쪽에 있었던 아이즈번(會津藩)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서'(みんなが幸せになるために),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ならぬことは ならぬものです)고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이 두 문장을 보면, 이번에 세월호에서 벌어진 불행한 일의 전말이 어디에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금지는 자연과 문화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금지(법과 윤리, 언어, …)가 없다면 야만이다. 그러니까 ‘안되면 되게 하라’는 야만보다 더한 전쟁이라는 상태에 돌입했을 때, 적용될 수 있는 구호일 뿐이다.

가진 것이라곤 맨손 뿐인 시절, “안되면 되게 하라” 아래 터널을 뚫고, 파도를 거스르고 나아가, 기필코 지겨운 가난을 벗어나자고 했을 수도 있다.

“빨리 빨리”라는 조급증에 “까라면 까!”로 통하는 이 독전의 구호는 변질됐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 하겠다. 절차(매뉴얼)고 법규(룰)고 다 소용없는 사회로 만들었다. 남들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살면되고 나만 먼저가면 되는 이 사회는 룰과 매뉴얼은 없다. 룰은 지켜지지 않고 절차는 개무시되는, ‘안되는 것이란 없는 환상적인 나라’ 그래서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나라’가 되고 만 것이다.

운항할 수 있는 선령 규제의 완화에서 부터, 선박 정기검사, 화물의 결박 및 확인 절차, 해상통신 주파수 문제, 관할수역 진입시 신고 및 확인, 승객 대피훈련이나 안전교육 등 정부나 관계부처에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을 하나도 제대로 감독하거나 검사하지 않았다. 결국 배라고 할 수도 없는 것에 화물을 아무렇게나 잔뜩 싣고 승객과 학생들을 태우도록 한 것이다.

이 많은 것들 중 하나 만이라도 제대로 수행됐다면 …

분명 선사나 선주협회 측에서는 선령연장이 안되면 연장이 되게, 검사에 합격이 안되면 합격이 되게, 화물의 결박 문제로 출항이 안되면 출항이 되게 했을 것이다. 즉 돈의 논리에 사람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안되는 것은 안되도록 하는 것은 선사나 선주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국민에 대한 의무인 것이다.

더 이상 ‘안되면 되게 하라’로 나라를 야만의 상태로 만들 것이 아니라, 절대로 안되는 것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는 사회, 원칙이 있는 사회로 이행되기를 바란다.

This Post Has 4 Comments

  1. 플로라

    저의 중학교 때 급훈이 안되면 되게해라…였죠.
    그게 공수부대의 구호였다는 사실도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구요.

    1. 旅인

      저는 오히려 경부고속도로 건설 시 터널 공사, 두바이 주베일항의 건설 등의 말도 안되는 공사의 공정과 공기를 위하여 사람이 죽든, 해상구조물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풍랑에 침몰하여 회사가 부도가 나든 무조건 하면 된다는 개발독재 시대의 구호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2. 후박나무

    원칙이 있는 사회.
    정치인들의 입바른 소리가 아닌, 대한민국에 정말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해요.

    1. 旅인

      굳은 원칙이라도 깨지게 되어있는데, 자기는 물론 자식들은 군대 안보내고, 위장전입은 애교이고, 차명계좌, 변칙증여 등 온갖 탈법을 자행하고 있으니… 그러니까 국민들에게는 ‘가만있으라’고 욱박지르면서 자신들만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간 선장 그리고 승무원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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