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븐나루

버드나무가 물든 강변…

한강하구로 부터 58Km 지점에 있는 광진(廣津:너븐나루)은 하류의 잠실나루(예전에 있었는지 모르겠다)나 강폭에 비하여 결코 넓지 않다. 그런데도 너븐나루라고 불렸다. 1971년까지만 해도 지금 이 사진 바로 앞에는 샛강(신천강)이 가늘게 흐르고 석촌호수 앞까지 모래톱과 섬이 뒤엉킨 잠실도가 있었고, 잠실도 아래로는 부리도가 있었다. 한강의 본류는 북단의 신천강이 아니라 지금의 석촌호수를 따라 흐르던 송파강이었다. 그러니까 너븐나루가 끝나는 지점부터 삼성동까지 뽕밭을 가꾸고, 파나 푸성귀를 재배하여 근근히 서식하던 사람이 살던 모래톱이 펼쳐지고 샛강이 모래톱 사이로 스미며 지즐대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풍경은 1971년 잠실개발과 한강정비사업 등으로 사라지고 너븐나루보다 넓은 한강으로 변모되었다. 그리고 석촌호수를 지나 잠실운동장 아래로 흘러 양재천, 탄천과 합하던 송파강은 그만 마른 땅이 되었고 그냥 신천이라는 이름 만 남는다. 예전에는 석톤호수 남쪽 삼전도에서 송파강을 건넌 사람들이 모래섬을 가로질러 또 다시 배를 타고 신천강을 건넜고 한양대 앞의 살곶이다리(箭串橋)를 건너 왕십리, 신당리를 거쳐 광희문을 지나 서울에 당도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눈 앞에 보이는 강은 본래 자연하천이 아니라, 삽질로 다듬어진 강이고, 수중보가 있어서 넓은 강폭과 수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강변을 따라 샛바람이 드세게 불더니 봄이 왔나 보다. 강변의 버드나무에 물이 다 올랐다.

This Post Has 2 Comments

  1. 후박나무

    삽질로 다듬어진 강이지만 안개낀 풍경이 참 좋습니당^ ^

    이제 서울에도 봄기운이 느껴지나 보군요:~)
    좋아요:)

    1. 旅인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바깥보다 실내가 추운 때입니다. 점심 때 쯤 나가면 햇살이 참따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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