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 생각-4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의 자살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말한다. 하지만 매트릭스에서 The Real(실재)이란 꿈보다 더한 악몽이다.

reality : 1. 현실(실제상황), 2. 현실(실제로 존재하는 것)

하지만 드라이아이스같이 따가운 타자의 눈초리 앞에서 거짓말처럼 리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자살보다 참담하였던 이야기였다는 것을

사랑을 찾아나선 2014년의 해빙기에 누가 감히 기억하겠는가

슬라보예 지젝의 ‘welcome to the desert of the real’ 중에서…

‘실재에 대한 열정’의 문제는 그것이 실재에 대한 열정이라는 점이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 거짓 열정이었다는 점, 이 거짓 열정은 가상 뒤에서 실재를 찾으려고 무자비하게 추구했지만 이는 실재와의 대면을 피하려는 궁극적인 전략이었다는 점이다.(40쪽)
→ 결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것은 현실의 기만 ?

궁극적인 실재라는 괴물이 존재한다는 생각 자체가 바로 궁극적인 외관이다. 이 ‘실재라는 괴물’은 그 존재를 통해 우리의 상징적 세계의 일관성을 보장하며, 따라서 그 구성요소인 비일관성(‘적대’)과의 대면을 회피하게 해주는 환영적 유령일 뿐이다.(49쪽)
→ 神(궁극적인 실재)은 그렇다치고, 시청자들이 외면해야하는 적대란 바로 현실 ?

자해행위는 신체의 실재로 귀환하려는 필사적인 전략이다. …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불안에 대항해 자아를 신체적 현실 안에 확고히 근거하게 하려는 시도이다. 일반적으로 자해자들은 자해한 상처에서 따뜻한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다시 살아있고 현실에 확고히 뿌리내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23쪽)
→ 그렇다면 자살은 자아를 타자의 현실 안에 확고히 근거하게 하려는 시도 ?

2 thoughts on “자살에 대한 생각-4”

  1. 요즘은 일반인들도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노출되는거 같습니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구요.
    안타까운 일이 또 일어났네요ㅠ 에휴~

    1. 넌픽션이 아니고 리얼리티라는 프로그램 자체는 실체를 파헤쳐보겠다는 의도 속에서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존감을 침식하리라는 위험을 방송국에서도 짐작했을 겁니다. 하지만 시청율 지상주의는 치명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짝짓기라는 상황(연애라고 하기에는 상황은 너무 경쟁적) 속에서 개인의 감정과 인격을 노골화시켰고, 도시락 선택 등의 소외기제를 통해 카메라를 얼굴에 들이대고 Zoom In을 해가며 “네 기분이 어떠냐?”는 등으로 왕따에 대한 이지메식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 과정에서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은 동정적이라기 보다 그 가학적 장면을 통해서 자신의 열패감을 보상받는 쾌감을 취했을 겁니다.
      지젝의 지적을 빌리자면, 이 프로그램의 자살은 사라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잊혀지고 버려지는 자신에서, 영웅이나 독립지사, 전태일 열사의 분신자살에서 보듯 죽지만 오히려 (역사적) 실재로 강력하게 귀환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자살로 그녀가 강력하게 귀환한 탓에, SBC의 ‘짝’은 오히려 자신의 실재를 상실하고 마는 아이러니에 처합니다.
      이러한 실재의 귀환은 살아서 갖가지 현실의 오염으로 희미해지는 것보다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존속(insist)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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