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3 16:16 :
벌레먹은 하루
밥을 먹어야 사는 동물의 잇빨이 무너졌다.
어금니가 작살나고 난 후, 호모 바비엔스라는 동물이 초식동물임을 알았다. 이 동물은 저작이라는 기능을 잃었다.
저작(咀嚼)은 윗 어금니와 아래 어금니 사이에 먹을 것을 놓고 맷돌 갈듯, 우물우물 씹는 것이다. 하지만 이 동물은 더 이상 우물우물 씹지 못한다. 단지 먹을 것을 서로 마주칠 수 없는 잇몸과 혀와 송곳니나 앞니 사이에 놓고 그 생경함을 어쩌지 못하여 오물오물댈 뿐이다.
어금니가 있던 자리에서 밥알이 샌다.
씹히지 않은 채 혀 위에 곤두선 밥알이 서글프다.
이 서글픈 짐승은 이제 멸종위기다.
201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