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현재 좌파 진영이 교육계와 언론계의 70%, 예술계의 80%, 출판계의 90%, 학계의 60%, 연예계의 70%를 각각 장악하고 있다. 이 부분을 자각해서 대처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저쪽(좌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이 우리 사회다.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공주대 이명희 교수가 어제(20130911)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새누리당 의원 50여명을 상대로 한 강의 중의 한 구절이다.

한겨레 신문에서 발췌했지만, 이 글을 읽자 머리 속에 피어나는 상념들 때문에 더 이상 기사를 읽어내려갈 수가 없었다. 이 글귀 안에는 언어의 허무한 유희, 없는 것이 있는 냥 나타나 산 것의 피를 빨며 살아가는 비존재로 존재하는 사악함과 통계적 허구로 60, 70, 80, 90%라고 적(敵)을 구성하는 적의의 날빛이 소름끼치기 때문이다.

1. 이명희가 말하는 좌파란 어떤 규정이며,
2. 이명희는 스스로 자신을 우파라고 할 것인가?
3. 그렇다면 이명희가 규정하는 우파란 과연 무엇인가?
4. 이 사회는 정말 좌파로 물들어 있는가?
5. 좌파로 물들어 있다면, 왜 반드시 우파여야 하는가?

광복 이후 오늘날까지 좌파와 빨갱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보지 못했다.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라면 좋다. 아니면 국가전복세력이라는 말도 구체적이기 때문에 좋다. 하지만 빨갱이라는 단어의 외형은 몹시 자극적이고 화려한 반면 그 내용은 몹시 빈약하다. ‘찢어죽여야 할 나쁜 놈’이라는 의미로 수렴되지만, 무엇 때문에, 왜 나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허용되지 않고, 기껏 제시되는 답변이라야 고작 ‘그냥’ 혹은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야’ 수준이다.

학자라는 이명희 교수조차 1. 단 하나의 규정 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것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놈들’ 의미 말고는 없다. 2. 그렇다면 그는 자신을 어떻게 규정할까? 우파라고 할 것인지 아니면 보수라고 할 것인지 혹은 중도라고 할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3. 설령 자신을 뉴라이트, 우파라고 소리높혀 말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우파가 자신들 만의 뚜렷한 가치와 신념의 틀 속에서 일관성있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자칭 타칭 보수나 우파라고 감히 말하는 사람들이 좌파에 대해서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고, 빨갱이, 종북, 좌빨로 매도하는 것은, 자신들이 결코 민주주의와 민족,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국민을 지킨다는 보수적 가치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조차 갖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도덕성, 정통성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매도하는 좌파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행적이야말로 타락과 방종, 파행으로 일제에서 대한민국사에 깊은 주름을 만들고, 가난과 고통, 그리고 독재 속에 시민들이 신음토록 해왔다는 것을 그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이들의 진실은 돈을 시장경제로 얼버무리고,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인 ‘자유’를 시장의 자유경쟁으로 특정하고, 이기적인 사적 소유의 자유를 자신들만이 배타적으로 누리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돈의 잔혹한 생리에 굴종하기 보다 분배와 복지를 주장하고, 남북의 화해를 통하여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향하여 사박하게 말한다.

“너는 좌빨이야!”

얼마나 표독하고 무서우며, 그 언어의 속은 또 얼마나 공허한가? 이야말로 드라큘라적 아닌가?

만약 3번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면 2번은 자동빵으로 해결이 되고, 1번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놈들, 즉 좌파라고 규정되는 실체가 명확해진다. 그렇다면 다음은 과연 좌파가 60%~90%의 비율로 사회 각계에 분포되어 있는가 하는 사실 확인만 거치면 된다.

이러한 규정없이 60~90% 비율의 분포는 상상과 허구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명희 교수가 아무리 3번을 잘 규정한다고 하여도 결국 헛소리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는 나라의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우파(右派)가 아니라 나 만의 이익만 따지는 아파(我派)이기 때문이다.

이승만의 반공독재에 대하여 시인 김수영이 이렇게 말했다고 EBS ‘명동백작’이라는 드라마에 나온다.

도대체 반공이라는 게 뭐요? 그것도 사상이야? 공산주의에 반대한다, 그것도 사상이냐고? 사상이란 것은 말이오, 이선배! 이러이러한 것이 좋으니 이렇게 하자. 뭐 그런 것 아니오? 이게 좋으니, 그 쪽으로 가자. 그게 사상 아니요?
그런데 내 주장은 하나도 없고 나는 반대다. 그런 게 무슨 사상이냐고? 그러니 이승만이가 독재하는 것이요…

위의 김수영씨의 말이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이명희 교수의 논리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준다. 1950년대말 시인이 한 말을 반세기동안 극복하지 못한 우리 사회는 보수적이라기에는 너무 수구적인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1~3번도 문제이지만, 4번, 이 사회가 좌파로 물들어있다는 인식의 문제이다. 그것도 좌파가 다수인 유권자들의 표를 받아 다수당이 되고, 대통령을 낸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상대로 버젓이 강의를 한다는 이 놀라운 사회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다. 물론 이명희 교수는 국민 전체가 아니라, 교육계, 언론계, 예술계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정작 문제는 5번, 반드시 우파여야 한다는 생각을 그가 깔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계의 70%가 좌파라는 데, 정작 국정원 사태 진상규명 등을 위한 집회에 대한 기사는 TV는 물론 신문에서 접할 수 없는 강팍한 시대이며, 한복 곱게 차려입은 대통령이 화사하게 웃음짓는 것만 볼 수 있는, 사회의 내면은 좌파로 들끓고 있는데 표면은 우파의 비까 번쩍으로 도배된 이 사회의 이율배반이 그대로 온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좌파를 우리라고 인식하지 않고 적으로 인식하고, 반드시 우파여야 한다고 고집할 때, 북아프리카의 재스민혁명과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되며, 가다피처럼 되던지, 국민을 향하여 화학무기를 불사하는 시리아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좌파들을 일소하고 우파의 나라를 애써 만들기 이전에, 왜, 무엇이 이들이 좌파가 되도록 만들었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의 처참한 사태를 남의 일이라고 웃어넘길 수만 없을 것이다.

위태롭다. 크게 위태롭다.

좀더 폭 넓은 시각을 확보하려면, 9월 16일자 한겨레 신문 일제 식민지배 공범과 그 후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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