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프로젝트

어제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개최된 ‘천안함 프로젝트’ 시사회에 갔다 왔다. 이와 같은 작업이 TV와 같은 공중매체에서 기획, 제작되어 방영되지 못하고, 극장에서 상영될 수 밖에 없게 된 이 사회는 더 이상 진실과 정의, 자유에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꽉 막혀버린 것 같다.

대국민썰戰다큐라는 이 영화를 보자, 5.18 광주 항쟁이 떠올랐다.

1. 진실과 믿음

5.18 광주 항쟁이 터진 그 때, 나는 군대에 있었다. 그리고 공수부대가 광주에 투입되어 무차별 발포를 하고 대검으로 여학생의 복부를 찌르고 개머리판으로 어린 학생들의 머리를 깨부셨다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믿지 않았다. 믿었다간 사랑해야 할 대한민국이 엿같아 질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그런 일이 자행되었음을,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하여 폭침되었다는 발표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냥 좌초 등의 이유로 선미의 어둡고 답답한 격막 안에서 어린 장병들이 구조를 기다리다 그만 죽어버렸다는 것이 허무하고 억울한 탓인지도 모른다. 젊은 그들의 죽음과 천안함의 침몰은 좌초라는 싱거운 이유보다 걸맞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죽음과 침몰의 이유는 적과 어뢰로 대체된다.

하지만 살아남은 병사들에게 부과된 평생 간직해야 할 거짓과 침묵해야 할 진실은 어쩌자는 것일까?

2. 결론과 의혹

메가 박스 4관의 객석은 30도 경사각으로 가파랐다. 시사회임에도 객석은 한산했다. “투자는 하시고도 시사회에는 별로 안오셨네요?”라며 제작자와 감독은 볼멘 소리를 한 후, 영화는 시작했다.

2010년 3월 26일,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PPC-772 천안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한다. 벌써 천안함이 침몰한 지 3년 5개월이 지났다.

영화는 ‘PD수첩’과 다를 것이 없다. ‘PD수첩’이 더 이상 그 기능을 하지 못하는 보도관제의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공정한 탐사 보도조차 돈 주고 보아야 하는 비극을 누리게 된 것이고, 늘 이런 보도관제 시대에는 찌라시가 정론지인 조중동의 신뢰성을 능가하는 법이다. 그래서 찌라시의 보도로 권상우와 강예빈은 서로 불륜의 관계인 것이고, 손태영은 드라마에 다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좌초다, 폭침이다, 북한군의 소행이다 등의 결론을 영화는 성급하게 내리려 하지 않는다. 단지 천안함 보고서의 내용에 대하여 의문을 갖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뿐이다. 그들의 의견에서 관객들은 허위의 애매모호한 냄새와 사실의 벼려진 비린내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좌초라고 발표되었던 천안함 사건이 어느 날부터 왜? 무엇 때문에? 쫄따구에서 대통령, 그리고 미국 측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한 목소리로 북한의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뒤바뀌어야 했는지…

거기에 대하여 무수한 의혹을 남긴 채, 아무 결론도 없이, 뭐 누고 뭐도 안 닦은 것처럼 영화는 끝난다. 찝찝하다. 그것이 천안함의 실상이다.

3. 데우스 엑스 마키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는 ‘기계장치로 (무대로) 내려온 神’이라는 뜻이다. 소설이나 연극, 영화 등에서 플롯의 전개가 잘 안풀릴 때, 뜬금없이 신이 나타나 기적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관객들은 신의 등장을 의아해 하거나, 진부해 한다. 하지만 무능력한 작가나 감독은 이 전지전능한 신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우리나라에 있어 이 ‘낙하산을 타고 온 神’의 또 다른 이름은 ‘북한’이다.

천안함 침몰 뿐 아니라, 농협전산망, 국정원 댓글, NLL포기 선언 등 자신들의 무능과 불의를 해결하지 못할 때 늘 써 왔던 방식이 북한이라는 무진장한 자원아니었던가?

그러면 기적처럼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믿는다. 안믿는 놈들은 종북, 좌빨, 빨갱이로 몰아가면 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다수를 침묵의 바다 밑으로 폭침시킬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런데 과연 천안함의 엔진실을 뚫고 나온 것은 무엇이며, 故 함준호 준위는 천안함의 선미나 선수 쪽이 침몰한 곳도 아닌 제 삼의 바다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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