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양상진(梁上塵)이라는 약재가 있다. 동의보감에 보면, 일설에는 평이하다고 하나 약간 성질이 차고, 독이 없으며, 주로 중악(中惡)이나 코피, 아기 살의 연한 부스럼에 쓰이며, 또 쇠붙이에 다쳐서 난 부스럼의 치료에 듣는다” 1性微寒 一云平 無毒. 主中惡 鼻衄 小兒軟瘡, 又主金瘡(本草) 고 되어 있다.

중악은 정신적인 충격 따위로 손발이 싸늘해지고 어지러우며 심하면 졸도를 하는 중풍의 한 증상을 말한다. 양상진(梁上塵)은 한마디로 ‘대들보 위에 쌓여있는 먼지’ 2須取去烟火遠 高堂殿上者 拂下篩用之(本草) 다.

찬바람, 더운바람, 마른바람, 습한바람이 무시로 드나들어도 대들보 위의 오래된 먼지는 날리지 않고 가라앉아 있다. 먼지같이 가벼운 것이 바람에 아니 흔들리니 약으로 한다면 몸에 깃드는 바람(風) 정도야 까딱없지 않겠느냐는 느낌(感)이, 바람(중풍)이 뒷골을 때려도 버틸 효험을 주리라는 막연한 상상을 불러 일으켰으리라.

이 약재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이고 약리적인 데이터는 없다고 해도, 천지가 동근(우주 만물이 한 뿌리)이며 만물이 일체라는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사고를 그르다고만 할 수는 없다. 설명이 안된다고 틀렸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서구의 전자공학의 산물인 진공관의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의학의 양상진에 대한 이야기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ST관(Standard Tube)의 소리가 GT관(Glass Tube)보다 저역이 풍부하고 우아하다”, “MT관(Miniature Tube)이나 Sub-MT관의 소리가 뾰족하다”는 속설이 난무한다.

전자공학적인 이론은 없다. 단지 관(Tube)의 모양이 그렇기 때문에 소리 또한 그렇게 난다는 것이다. 직경이 불과 2~4Cm에 불과한 관에 30만km/Sec를 움직이는 전자공학을 들이대 이론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우리가 듣는 청감의 미학적 느낌을 과학적으로 풀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리(音)란 음파의 이론으로 풀 수 있겠지만, 울림(響)이란 소리의 氣를 느껴야(感)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어보면 진공관의 형태와 소리는 불가분의 관계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6V6 Standard Tube

두 주일 전, 6V6 GT관을 ST관으로 바꿨다. RCA GT관을 Aristocrat KenRad ST관이라는 지명도도 없는 관으로 바꿨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처음에는 소리에 차이를 느낄 수 없더니, 앰프에 길이 들었는지 지난 주 수요일날 소리가 문득 달라졌다.

너비가 일정한 독에서 울리는 소리와 위 부분이 불룩한 항아리에서 울리는 소리가 다르듯 소리의 울림이 여유로와졌다. 과연 이런 느낌을 데이타로 잡아낼 수 있을까?

ST관으로 듣는 앙상불 시나위의 ‘영혼을 위한 카덴자’의 울림(響)이 좋다.

영혼을 위한 카덴자에 대하여…

앙상불 시나위의 멤버가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라곤 생각치 못했다. 오래되고 묵은 사람들, 그들의 발효된 시간들이야말로 이런 소리를 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이들의 지금의 소리가 이러하다면 앞으로 십년 이십년 후의 소리는 또 어쩌자는 것이냐?

씻김굿은 대단한 샤만적 의례다. 망자의 넋을 달래 고이 먼 곳으로 보내는 것 뿐 아니라, 살아있는 자의 가슴의 슬픔마저 씻어내려 외롭고 고단한 이 땅에 기어이 살게하는 이 굿의 형식은 없다. 다만 망자의 영혼과 산 자의 서글픔을 따라 한마당 찐한 시나위가 있을 뿐이다.

This Post Has 4 Comments

  1. 후박나무

    진공관으로 듣는 음악은 어떨까 궁금해지네요^ ^

    영혼을 위한 카덴자~
    기존의 제가 듣던 음악이랑은 다른 느낌이네요~ㅎ
    잘 듣고 갑니당^ ^

    1. 旅인

      우리 국악의 소리와 진공관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음은 소리고 향은 떨림이라고 할 때, 소리가 난다는 점에서는 음향기기 상 대차가 없고 이른바 사양이 좋은 것이 해상도나 입장감, 각각의 악기의 소리를 제대로 표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떨림의 영역으로 들어왔을 때는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 진공관 앰프는 값싼 싱글앰프입니다. 출력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음향기기 중 가장 단순한 회로로 만들어져, 튜너, CD 등의 Input된 신호가 복잡한 회로 속에서 새어나가거나 각종 TR, 컨덴서, 저항 등으로 왜곡되는 일 없이 스피커로 Output되기 때문에 좋다고 합니다.
      즉 Simple is Best라고 할까요?

  2. blueprint

    수년전 거문고 산조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소리에 반해 한번 배워보고 싶다란 생각을 했어요.
    여인님 말씀처럼 국악은 울림으로 느낄수 있을것 같습니다.
    올려주신 동영상은 미국에선 볼수가 없네요. ㅠㅠ

    1. 旅인

      미국에서 볼 수 없다니 이해가 안됩니다.
      저작권 문제인지 Youtube 요금제 이야기가 나오던데 그런 것이 아닌지…?

      저작권, 요금제라면 조만간 한국에도 적용이 되고 말 것이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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