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창신동 어디엔가 있을 계단 그림이다. 그림의 곳곳에 마치 먼지가 끼고 거미줄이 쳐지듯 낙서가 달려있다. 사람은 늘 뭔가를 배설해야 한다. 벽에 그려진 저 그림도, 그 위의 낙서도 배설이며, 하나의 문화다. 가파른 계단길, 창신동 달동네에도 나무는 자란다. 지붕 위에는 FRP 물탱크가 노랗다.

봄빛마저 오수에 잠긴 오후, 저 빛들을 보자 몸에 맥이 풀렸고 문득 자고 싶어졌다.

오래 전, ‘애플 커피&베이글’이라고 적혀진 곳에 자리했었던 작은 카페를 드나들곤 했다. 당시에는 유리문의 옆, 사진들이 있는 곳에 나무문이 있었고, 스위스풍의 워낭이 달려 있었다.

그 곳이 바로 ‘천국으로 가는 계단의 세번째 디딤돌’이었지만, 세번째 디딤돌이 아직도 그곳에 있으리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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