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간 가을여행

1.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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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나루(蟾津)에 조금 못미쳐 하동포구공원에 잠시 멈춘다. 가을물이 찰랑댄다. 섬진교를 넘는다. 물을 건너지 않고 지리산에서 강의 남쪽, 백운산을 가는 법은 백두대간을 북행하여 영취산으로 가서 금남호남정맥의 마이산, 주화산을 타고 호남정맥을 따라 내장산, 무등산, 화악산, 사자산, 주월산, 조계산을 따라 백운산에 당도하는 것이다. 호남정맥의 움푹한 곳에서 발원한 보성강은 산에 둘러쌓여 남해로 흐르지 못하고 북류하여 구례의 앞에서 압록진수와 합하여 섬진강이 되어 서행, 광양에 이른다.

2. 낙안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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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 때문에 지었다는 성의 안쪽 풍경이 저토록 오붓하고 평화롭다는 것은 신기하다. 초가지붕 밑으로 그윽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민박집, 식당, 점포 등 돈 냄새가 등청한다.

3.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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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나무에게 무슨 의미일까? 낙안읍성 내의 은행나무를 보면 삶이란 것의 고된 무늬가 느껴진다.

4.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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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에게 주어진 형벌은 귀양살이라고 통칭되지만, 탱자나무 담을 벗어나지 못하는 위리안치가 아니라, 그는 강진에 부처되었다. 그래서 이사를 자주했다. 처음에는 주막에 딸린 작은 방에서 기거했고, 고성사의 골방, 이학래의 집을 전전하다가 마지막으로 외가 해남윤씨의 도움을 받아 초당을 짖고 살게 된다. 초당 앞에서 보면 바다가 보인다고 했는데, 초당으로 가는 길은 산길이었다. 초당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당에 당도했을 때가 오후 3시, 비가 내렸고 울창한 숲 탓에 빛이 들지 않아 저녁같았다. 별장같은 초당을 보며, 조선시대의 형법체계란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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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간 가을여행”에 대한 8개의 생각

  1. 가을 속으로 들어가셨네요. 넘 부럽습니다. ^^

    그래도 초가외형을 지키면서 점포들이 들어섰다는게 왠지 대견(?)하네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먼곳에서의 시선으론 꽤 좋아보입니다.

    은행나무의 ‘포스’가 신령님 몇 분은 너끈히 모실 수 있는 모습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저런 ‘귀양살이’였기에 많은 문인들이 귀양길에서 빛나는 문학을 이루었는지도 모릅니다. ^^
    송강 정철선생도 그러한 좌천과 은둔속에서 위대한 문학작품을 남겼다 들었습니다.

    1. 비가 오고 날이 궂은 것을 빼면 좋았습니다. 낙안읍성에 기와집도 있는데 기와집은 왠지 날이 서고 날아갈 듯 위태로운 반면, 초가집은 동그랗고 땅으로 내려앉는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되면 낙안읍성에서 민박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령스런 나무는 예천의 삼강나루에 있는 나무도 신령스러워 보였는데 그 나무의 신령은 차도남 스타일이라면 이 낙안읍성 신령은 시골 할아버지 스타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수종사의 은행나무는 강남스타일!

      송강 정철은 가사문학은 그렇다 쳐도, 정여립의 난과 관련한 기축옥사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죽고 다치게 했고 호남을 역향이라 매도하고, 나라를 당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간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는 재평가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2. 돈 냄새가 나는 초가집…ㅠㅠ
    뭐든 자본의 논리 아래 포섭된 것 같은 세상이 좀 씁쓸하네요…

    가을 여행….
    무겁고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 조금이라도 덜어내시고 오세욤^^
    아름다운 추억들도 많이 만드시구요^^

    1. 오랫만에 혼자서 너무 멀리 간 여행이라서 다녀오니 몹시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여행 후 며칠동안 이른 저녁에 잠을 자곤 했습니다.

      비가 와도 여행이란 좋더군요.

  3. 같은 시기에 저도 가을여행을 다녀왔어요.
    잔뜩 찌푸린 하늘과 갑자스레 떨어진 기온으로 초겨울 여행이 되어버렸지만 간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어린시절로 돌아간듯 그런 시간을 보냈지요.
    문득 여인님처럼 혼자하는 여행이었어도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전라도에 대한 제 기억은 어릴적 할머니집이 있었던 무주, 초등시절 가족끼리 놀러 갔었던 완도, 그리고 수년전 가을, 엄마, 이모와 다녀온 선암사가 전부입니다.

    언젠간 지리산에도 올라보고 싶고 섬진강의 두꺼비 나루도 찾아보고 싶네요.
    그럴 날이 오겠죠.

    1. 워싱턴의 아름다운 정원 모습이 을씬년스러운 것이 초겨울로 접어들은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하지만 제 가을은 남들보다 좀더 오래 12월의 내륙 깊숙히 까지인 것 같습니다. 이곳 서울에선 겨울을 만들고자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Blueprint님의 할머니도 호남과 영남의 경계지인 무주에 사셨네요. 저의 할머니께서는 영남과 호남의 경계지인 함양에 사셨지요.
      Blueprint님께 제가 추천하는 곳은 오히려 영주 부석사입니다.

    2. 영주 부석사, 안그래도 가보고픈 사찰중 하나입니다.
      그곳의 가을이 이쁜가봐요.
      추천 고맙습니다.

    3. 여름에 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한적한 오지라서 가을 풍경도 좋을 듯 싶습니다.
      부석사의 경우 무량수전의 교과서에 나오는 건축사적 가치보다 제가 느낀 것은 산세에 기댄 가람의 배치, 이끼낀 석축의 정감은 물론 정으로 다듬은 계단을 밟을 때 발바닥을 딱 잡아주는 느낌, 4:3화면의 조선 중기의 사찰건물을 보다가 16:9화면의 고려 말의 무량수전을 보았을 때 작은 듯하지만 사실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너비와 크기, 그리고 공포방식의 단순성이 가져다 주는 안정감과 세련미 그리고 들보들의 얼개가 몹시 견고하여 힘이 하늘에서 땅으로 강하게 내려앉는 느낌(서구 건축물들은 땅에서 하늘로 쏫는 느낌이겠지만) 때문에 무량수전을 한번 보고 난 후 여타 사찰의 건물들은 눈길조차 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무량수전에 기대고 서서 남쪽을 보면 산과 들이 발 밑으로 펼쳐져 마치 구름 위에 오른 느낌입니다.(날이 화창한 날에 가야하니 가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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