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 Homo-Babiens

밥을 먹어야 사는 동물의 잇빨이 무너졌다.

어금니가 작살나고 난 후, 호모 바비엔스라는 동물이 초식동물임을 알았다. 이 동물은 저작이라는 기능을 잃었다.

저작(咀嚼)은 윗 어금니와 아래 어금니 사이에 먹을 것을 놓고 맷돌 갈듯, 우물우물 씹는 것이다. 하지만 이 동물은 더 이상 우물우물 씹지 못한다. 단지 먹을 것을 서로 마주칠 수 없는 잇몸과 혀와 송곳니나 앞니 사이에 놓고 그 생경함을 어쩌지 못하여 오물오물댈 뿐이다.

어금니가 있던 자리에서 밥알이 샌다.

씹히지 않은 채 혀 위에 곤두선 밥알이 서글프다.

이 서글픈 짐승은 이제 멸종위기다.

20120213

This Post Has 11 Comments

    1. 旅인

      늙어가며 육신은 시들어지고, 병과 더불어 무너지나니
      육체는 부패되어 흩어져 없어지고, 생명의 불길도 저절로 꺼지나니 <법구경 제148송> 아아 이를 어쩌면 좋을까?

  1. 마가진

    아.. 치과에 다녀오셨나보군요.
    임플란트같은 치료를 빨리 받으셔서 잃어버린 저작기능을 빨리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1. 旅인

      하긴 해야 하는데 돈도 문제고, 무섭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2. IamHoya

    어금니는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인 듯 합니다.
    문명이 발달하여 멸종위기는 이제 옛말인 듯 합니다.^^

    1. 旅인

      잇빨이 세번 난다면 딱 좋겠습니다. 철들고 한번 더 말입니다.

    2. 마가진

      헉! 정말 여인님 말씀에 급급공감합니다. 정말 철들고 한 번 더 났으면 좋겠습니다.
      흠.. 그럼 사람들이 관리를 열심히 해서 아마 치과의원 절반은 폐업할 듯.. ^^;;

  3. 후박나무

    으아앙…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다는 것…
    그 것 때문에 중요한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
    서글퍼요….ㅠ

    1. 旅인

      무너진다는 것, 사라진다는 것은 뒤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축복이지만, 너무 일찍 무너지고 뿌리가 뽑혀 걱정입니다.

  4. 플로라

    문득 어금니 뿐아니라 뼈도 돌보아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햇빛이 주는 비타민D에 관한 기사를 보았거든요.

    1. 旅인

      햇빛과 친해야 하는데… 다행이 자리가 창 가라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저도 약간 골다공증 소견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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