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7 09:14 :
언덕 위의 고물 書店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는 확실한 예감에 사로잡히는 중년의 가을은 난감하다."1
이 글은 글에 나온 중년의 가을보다 더 난감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일이 새로울 수 없으리라는 예감에 그동안 빠져 있었다는 것을 나에게 뼈저리게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이따위 지식은 몰라도 되는 지극히 우울한 지식이자, 우리의 현주소이며,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밝혀주어야만 하는 글쟁이의 음습하면서도 야비한 본성에 그만 걸려들고야 만 것이다.
이 한줄을 읽고 지하철에서 내려 다시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이 구절을 다시 읽기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지독한 가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다시 읽고 나서야 이 구절이 낡아버린 중년과 초로를 이야기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왜 나는 가난에 시달렸을까?
20110117
- 김훈의 기행산문집 <풍경과 상처>라는 빌어먹을 책, 131쪽 '염전의 가을_서해/오이도' 의 첫줄에 보면 이 글이 나온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