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0

말도 안되는 자료를 만든다고 밤을 새고 새벽 5시 30분 쯤 집으로 돌아간다. 거실은 환하고, 아내는 남편이 본의 아닌 외박을 한 것도 모르고 자고 있다. 고3인 딸의 방은 텅비어 있다.

그러고 보니 대학 수능일이다.

혹시 아들 방에 있나 방문을 열어보니 카튜사에 간 아들놈이 추수감사절 1추수감사절이 아니라 재향군인의 날이라고 한다. 군인들은 민간인보다 하루를 더 쉰다고 한다. 이라는 양키 휴일차 나와 거실처럼 환하게 불을 밝혀둔 채 이불 속에 머리를 박고 자고 있다.

딸아이는 수시에 붙었다고 할머니 집에 가서 자고 있을 지도 모른다.

6시 30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근한다.

때로 졸기도 했고 점심을 많이 먹으면 졸릴까봐 김밥 한 줄로 때운다.


35m 높이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김진숙 위원이 309일만에 내려왔다고 한다.

충혈된 눈을 부비며 이 흐릿한 풍경 속에서 勞와 使 사이의 골의 깊이와 격절된 세월을 볼 수 있었고,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돈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목도할 수 있었다.

돈이 아닌, 한 가족의 눈물 젖은 밥그릇을 지키려고 애쓰는 공권력이 꽃피는 세상이 그립다.

8 thoughts on “20111110

  1. “한 가족의 눈물 젖은 밥그릇을 지키려고 애쓰는 공권력이 꽃피는 세상”…
    대한민국에도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겠죠~

    한 가정의 가장인 여인님의 피곤한 어깨가 느껴지네요…
    하지만 그 품에서 평화로이 잠들어 있는 가족들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여인님의 시선에선 따뜻함이….^^

    여인님 힘내세요!! 홧팅!!^^

    1.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이겠으나, 이 정권처럼 돈에 비굴하고 사람에게 야박한 적도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이 놀았으니 야근, 날밤도 해야겠지요^^

  2. 아, 따님께서 고3이셨군요. 수시에 합격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
    아드님께서도 ‘인간세상’으로 외박을 나와 가족과 같이 하고..

    다만 여인님께서 피곤한 일상을 겪고 계신 것 같아 좋은 그림속 얼룩처럼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맞이하는 휴일엔 여인님 자신만을 위한 편안한 휴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1. 어찌 저 만 피곤하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딸내미가 수시에 합격해 놓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3. 앗 따님도 수험생이었군요, 이번에 제 동생도 수능을 치렀어요ㅎㅎ
    수시에 합격하셨다니 마음 놓이시겠어요. 제 동생은 예고생이라 아직 실기가 남았답니다.

    아 피곤피곤. 힘내세요^_________^
    따뜻하고 포근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1. 그렇네요. 어떤 실기시험을 치루는지요?
      목표하는 학과에 순풍순풍 들어가길 빕니다.

      산부인과 순풍이 아니라 一路順風의 순풍입니다^^

    2. 꼭 그랬으면 좋겠는데 간당간당 하나봐요. ㅎㅎ

      조소랍니다.
      전공을 몇 차례 바꾸더니 지금은 이걸 하고 있어요 ㅎㅎ

    3. 누나를 닮아서 재능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해남이라는 동네가 예전부터 공제 윤두수 선생과 같은 기라성같은 화인이 나왔고 허소치 선생도 해남 윤씨댁에 소장되어 있던 그림들을 보고 개안을 했다고 하는 동네인 만큼…
      기대한 소득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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