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고 있는 일들…

1. 교육 수강 중

새로 시작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솔루션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업무 때에도 사용하지 않던 시스템을 재구축하기 위하여 영어로 된 교재를 펴 놓고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을 하며 데이타가 어떻게 흘러가는가 하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략은 파악해야 일이라도 시키고 면장이라도 해먹을 것 아니냐 하는 차원에서 배우고 있는데…

그 시스템이라는 것이 놀랄 정도로 정교하며 세상의 모든 돈을 벌기 위하여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경영기법이 시스템 곳곳에서 가장 최신 버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놀랍습니다.

2. 원고 작성

8월말에 좋아하는 작가께서 작품에 서문을 달아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제게는 과분한 부탁이지만 쓰겠다고 했습니다.

시간도 충분하고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두 가지는 오히려 원고를 작성하는데 더 큰 독이 되었습니다.작품을 놓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작품을 열심히 보면서 작품이 불러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좋은 글을 쓰겠다는 욕심에 시간까지 충분하니 글이 제멋대로 중구난방이 되고 급기야는 서울에 있어야 할 글이 부산에서 놀고 있더군요.

작품에 즉하되,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여태까지 개인전의 서문을 다섯번인가 여섯번을 썼으니 아마추어로는 꽤 쓴 셈입니다.

제가 볼 때, 시간 여유는 두 주 정도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한 주 정도는 그림을 앞에 놓고 가슴의 감정을 걸러내고, 다시 감정 속에서 핵심적인 두 세 단어를 걸러낸 후 그 단어들이 머리 속을 마음대로 휘젖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었다가 어느 정도 발효된 후 한 두 시간에 원고를 마친 후 하루 이틀 글을 고치고 다듬는 것이 제일 좋은데, 이번에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 만 인정해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3. 철학자의 서재

얼마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명동백작’이라는 드라마를 잠깐 보게 됩니다. 개승만정권 때의 이야기이니까 1950년대 말일텐데 거기에서 시인 김수영이 이렇게 말합니다.

“반공을 사상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까?”

정말 반공이란 공허한 것입니다. 무조건 공산주의의 반대다. 이것이 반공의 틀인데. 그 내용은 반공을 외치는 사람들의 적개심과 이기심입니다. 그 적개심과 이기심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동물적 본능에서 유래할 뿐,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이성적 사유에서 연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에 대한 어떠한 사유도 허용되지 않은 사회에서 아무런 사유없이 적개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의 말과 글의 꼬투리를 잡아 “저 사람은 빨갱이다.”라고 짖어대는 것이야말로 이 사회에 합리적인 사유가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하고 인문적 정신이 발아하지 못하도록 하는 테러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저는 철학이 데칸쇼에서 멈춰서는 1970년대말과 80년대초에 대학을 다녔습니다. 현대의 사유에 당도하기 위해서 거쳐야 할 마르크스를 배우지 못한 우리의 강단은 데칸쇼를 넘어 더 이상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철학이란 고리타분 꼬랑내가 나서 취급 레베루가 사주나 관상 봐요 이상이 될 수 없는 배우나 마나, 혹세하고 무민하는 축에도 끼질 못했습니다.

지금은 이른바 불온서적의 핵심인 자본론과 공산당선언을 해금한 지 약 35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한 세대가 조금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 ‘철학자의 서재’를 보면서 반공의 그늘에서 벗어난 우리의 사유가 이렇게 까지 풍성하고 흥미로울 줄은 1970~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저로서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바빠서, 너무 두꺼워서 가지고 다닐 수가 없어서 하루에 몇쪽씩 야금야금 읽고 있습니다.

20110928

This Post Has 12 Comments

  1. 후박나무

    우와~ 서문도 쓰시는군요^^
    여인님의 필력이라면 좋은 서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1. 旅인

      써 놓고 보면 미흡하기가 그지 없고 능력이 부족함을 절감하곤 합니다.

  2. 마가진

    서문을 맡아달라 부탁을 받으실 정도라면, 정말 대단하세요.^^

    1. 旅인

      제 글을 좋게 보아준 탓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기대에 부응하기란 몹시 어렵고 자신이 없습니다.

  3. firesuite

    그간 쓰신 글을 보면서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서문도 쓰신 적이 있으시군요. 그것도 여러번이나! ^-^

    1. 旅인

      분야가 한정되지 않은 글이나 쓰고 있어서 기분이나 흥에 따라서 글이 나오거나 말거나 합니다.
      사물이나 실상을 표현하기에 언어와 글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을 뿐입니다.

  4. 위소보루

    서문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으신다면 그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인님이시라면 잠시 서문의 글귀에 허우적 거리신다고 하셔도 결과물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철학을 교양이다 라고 정의지워진 선배들에 의해 인문대 출생이 철학을 모르면 안된다 라는 걸 접하고 그런 마인드를 베이스로 공부를 시작했기에 사상이 아닌 활자로 배운 것 같아 쉽사리 잊어버리게 되는 거 같아 반성하게 됩니다.

    가을이라 날이 선선해진 거 같습니다. 아무쪼록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旅인

      저도 글자로 배운 것이라 여의롭지 못합니다. 로우스쿨 이후 철학이 뒤늦게나마 각광을 받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자의 서재를 보면서 이 정도로 인문학이 컸다면 한류가 일과성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잖아도 감기로 연휴동안 꼼짝도 못했습니다. 감기조심하십시요.

  5. 플로라

    도록이 늦게 나온데다가 연휴가 끼어서 내일이나 겨우 발송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글 주신것 너무나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남편이 꼭 한번 만나뵙고 좋은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전해달라고 합니다^^

    1. 旅인

      몸조심 하십시요.
      별로 무리한 일도 없었는데 그만 감기가 들어 주말동안 끙끙 앓았습니다.
      예 한번 기회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6. Heliotrope

    책의 서문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거기서부터 그 작품에 담고 있는 세계를 탐험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여인님의 글들 안에서 뛰어난 통찰력을 발견하게 된 적이 많았기 때문에 부탁받으신 서문도 잘 하시라 믿어요. 🙂 얼추 마무리는 잘 되셨는지요?

    1. 旅인

      마무리가 되고 글은 넘어갔지만 늘 불안합니다.
      헬리오님의 댓글 때문(거기서부터 탐험한다는…)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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