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비 그리고 또 비

출근하는 길. 흐린 아침이지만, 매미들이 극악스럽게 운다. 맴맴맴~매앰. 흐린 아침의 매미울음은 무덥고 슬프다.

“비는 내리는데 우리의 생은 저물어간다.” 매미는 그렇게 우는 것 같다.

매미의 애벌레라고 하기에는 굼벵이는 너무 오래 산다. 굼벵이는 통상 7년, 11년, 13년 소수로 땅밑,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아먹으며 살다가, 나무 위로 올라와 매미가 된 후 열흘을 산다. 그러니 매미란 지독하게 늙은 것이며, 죽을 날을 받아논 생명이다.

일주일, 열흘의 짧은 여름 땡볕에 날개를 펴고 사랑도 하고 알도 낳고 남은 생을 가열차게 살아야 하건만, 짓궂은 우요일이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매미는 젖은 나뭇잎 밑에서 흐린 여름 아침의 들뜬 열기를 마시며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르는 죽을 날을 향하여 운다.

20110726

This Post Has 10 Comments

    1. 旅인

      생명있는 모든 것들은 안타깝게 애처롭게 살아가기 때문에 아무리 용감하게 인내하며 살아도 서글픈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부산도 비 피해가 꽤 있었던 모양인데 별고없기를 바랍니다.

  1. 마가진

    저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나서부턴 한여름의 매미소리가 왠지 치열하게 들리더군요.^^;
    하긴 그러하기에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식힐 수 있는 소리가 되겠지요.

    오늘 비가 많이 와서 퇴근길 고생하시지 않으셨나 모르겠네요.

    1. 旅인

      어제 오늘 출퇴근은 어떠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행히 침수구간에 들지 않아 괜찮았습니다.
      오늘 아침에 오며 보니 한양대 앞의 동부간선도로는 침수가 되었더군요.
      아무튼 댁에 비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저는 예전 동료가 우면산 사태로 어제 저 세상으로 갔다고 하더군요.

  2. 플로라

    비가 어찌나 시원하게 내리는지 슬리퍼 신고 신나게 돌아다니려 나가는데, 비오는데 어딜가냐고 남편에게 잡혔답니다. 비맞을까봐 차타고 가라고 끌고 오셨는데, 비맞으러 나간다니, 저를 보는 눈이 꽃달고 뛰는 처자 보는듯 합니다 ㅎㅎ~
    매미들은 날개가 젖어서 사랑하기도 알낳기도 어려울까요? 열흘만 사는데 뭔 상관이랴…하면 안될까요? ㅎ~

    1. 旅인

      하지만 지상의 생애 전부가 우요일 뿐이었다는 것은 슬픕니다. 빨리 비도 그치고 나무와 잎사귀도 마르고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 여름 하늘이 깨져라 우는 매미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어제 오늘 출근하면서 발끝이 젖고 바지자락이 다리에 쩍쩍 달라붙습니다.
      댁에는 별다른 피해는 없으신지요?

  3. 플로라

    산중턱에 살고있기는 한데, 그 산이 돌산이랍니다. 그래서그런지 쏟아지는 물도 맑은 물이예요.
    우면산 산사태 소식은 상상력을 비켜간 재난영화네요. 아마 또 내년이 되어도 100년 만의 폭우라 하겠지요.

    1. 旅인

      백년만의 폭우는 아니라고 하네요. 1998.8.8일에 이후 최고 기록이라네요.
      앞으로 이런 기상이변의 재난은 더 많아 질텐데 모든 면에서 스스로 준비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제 폭염이 몰려온다고 하니 건강 조심하시고 무더운 여름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4. 선수

    저는 실은 개인적으로 매미소리를 들으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땅밑의 삶을 열심히 살아낸자만이 하는 마지막 한바탕 축제~! 같은 느낌이 드는가봐요 그래서 함께 축하해주는 기분도 들고서리… ㅎㅎ!

    1. 旅인

      매미는 마치 태양에 끼인 얼룩을 제거하기 위해서 땡볕 아래에서 기를 쓰며 우는 것 같았죠.
      하지만 올해 여름의 매미울음 소리에는 눈물자국이 보였읍니다. 맴맴맴이 아니라 맵맵매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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