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다 아니 관광하다

긴 여행을 했습니다. 아니 긴 관광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행이 거의 끝나버렸을 무렵, 누군가 물었습니다.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었고, 저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곳이든, 다녀온 사람들이 좋았다고 하는 것과 보아야 한다는 것을 보았고, 그것을 소화할 시간이 없었던 저는 늘 쫓기듯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그늘 아래에…

침사추이

IMF의 충격을 간신히 이겨냈던 때다. 그동안 함께 지내던 주재원들은 사직을 하고 홍콩에 사무실을 내거나, 본사나 중국으로 발령이 났다. 새로 온 지점장은 겸임한 중국 광주에서 머물거나 내지로 돌아다니던 탓에 감원과 감원을 거듭한 가운데 몇몇 남은 현채인 만 남아있는 사무실을 지켰다. 겨울이었지만 햇볕은 맑았다. 바라보이는 침사추이의 풍경은 발랄했지만, 나의 시선은 몹시 앓고 난 아이처럼 왠지 슬펐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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